|
뉴지랩파마는 지난달 15일부터 중단됐던 주식매매 거래가 6일 재개됐다. 지난달 14일 파산신청설 관련 조회공시에 대한 확정 답변 공시를 지난 3일 내놨기 때문이다. 이날 뉴지랩파마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45원(29.89%) 급락한 2920원을 기록하며 하한가로 직행했다. 파산 신청뿐 아니라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탓으로 해석된다.
뉴지랩파마는 지난 3일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뉴지랩파마의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 비율은 2021년 187.12%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27.29%로 치솟았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생기면서 외부 자금 조달도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당장 갚아야 할 자금이 452억인데…140억도 상환 힘들어
아직 내부 결산자료뿐이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외부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지랩파마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만 69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전환사채(CB) 392억원 중 법적 분쟁이 붙은 6~7회차 CB를 제외하더라도 250억원 규모의 8회차 CB가 남아있다. 여기에 기타유동부채(190억원), 단기차입금(12억원)만 더해도 당장 갚아야 할 자금만 452억원에 이른다.
이미 뉴지랩파마는 상환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140억원 규모의 CB도 바로 변제하지 못해 사채권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해당 CB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250억원 CB 중 일부(140억원)에 대한 상환 요구였음에도 이조차 당장 갚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유동자산이 400억원을 넘는데도 이를 갚지 못한 이유는 500억원 규모의 대여금으로 자금이 묶여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뉴지랩파마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 484억원 중 현금성자산은 80억원에 불과하다. 판매관리비가 분기별로 60억~80억원대로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여금만 574억 규모…주로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 9곳에 대여
눈에 띄는 점은 뉴지랩파마의 대여금 규모가 무려 574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중 525억원은 종속회사 9개사에 대여했다. 미국 자회사 뉴지랩파마(NewG Lab Pharma, Inc)에 264억원을 빌려준 것을 비롯해 △뉴지랩테라퓨틱스(118억원) △뷰티하이(35억원) △에치디프로(31억원) △아리제약(29억원) △한울티엘(19억원) △뉴지랩파마코리아(12억원) △브라이트스튜디오(11억원) △브라이트엔터테인먼트(7억원) 등에 대여한 것이다. 아리제약(지분율 77.59%)과 뷰티하이(63.95%)를 제외하면 모두 100% 지분율을 보유한 자회사다.
|
그러나 뉴지랩파마가 대여해준 9개사 모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에서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리제약을 제외하면(3분기 말 영업이익 11억원, 순이익 10억원) 전부 영업손실,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상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떼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대여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소송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봤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에 금전을 대여해준다는 판단 자체가 회사에 해가 되는 판단이기 때문에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단기 대여 급증
뉴지랩파마는 2019년부터 주로 종속기업을 대상으로 단기 대여를 자주 해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체결한 3억원 이상의 단기 대여 건수만 36건에 달할 정도다. 해당 거래에 따른 총 대여금은 685억원 규모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자주 대여를 해왔을 수도 있다. 뉴지랩파마는 2019년 한 해에만 이사회 의결을 통해 금전소비대차 계약 체결의 건을 20번이나 가결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2020년에는 0건, 2021년에는 2건으로 줄었다.
2019년은 뉴지랩파마가 CCTV 전문업체에서 신약개발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해다. 뉴지랩파마는 2019년 1월 대표이사를 현재 대표이사인 박대우 대표로 변경하고, 같은해 3월에는 사명을 에치디프로에서 뉴지랩으로 바꿨다. 같은해 6월에는 최대주주가 아레넬인터내셔널에서 메이요파트너스로 변동됐다. 메이요파트너스는 송소영 대표이사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1인 출자조합이다. 2017년 이후 뉴지랩파마의 최대주주는 C&KY홀딩스→넥스트아이→아레넬인터내셔널→메이요파트너스로 4차례 바뀌면서 부침을 겪어왔다.
단기 대여지만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바로 상환시키기보다는 기간을 연장시키는 방식을 취해왔다. 종속회사들의 상환 능력이 갖춰지면 상환받고, 만약의 경우 대여금을 출자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종속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이 성숙해서 상환할 만한 능력이 되면 상환을 받거나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등 여러 가지 옵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여금의 출자 전환은 주로 부실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쓰인다. 대여금을 출자 전환하면 차입금이 자본금으로 바뀌면서 부채가 줄고 자본금이 늘어나게 된다.
◇영업적자 지속 중인데 임원 대여까지…“새로운 경영진 기대”
뉴지랩파마의 나머지 대여금은 주요 임원에게 41억원, 5억원 등 총 46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임원에게 대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뉴지랩파마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2019년 14억원→2020년 174억원→2021년 281억원 순으로 급증하고 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84억원으로 자기자본(192억원) 대비 95.9%에 이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회사의 이익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영업손익이 적자인데도 임원이나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건전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지랩파마는 이러한 자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뉴지랩파마는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김명진 전 대한창업투자 부사장, 손진복 전 클리에테크놀로지 상무, 안경호 알고컴퍼니 부사장 등을 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새로운 경영진으로 변경되면 외부 자금 조달 등 자금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