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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사람의 마음 상태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심리검사 결과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임상심리학자로서 심리검사나 심리상태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심리검사의 본질, 목적, 활용 방법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 점수나 단편적인 정보에 사람을 끼워 맞춰 속단하는 것, 심지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심리검사라 말할 수 없는 자료에 근거해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우려된다. 이러한 태도는 궁예의 관심법, 침대 길이에 맞춰 사람의 몸을 늘이거나 잘라냈다는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만큼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 등 심리적 특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추론하는 일련의 전문적인 과정은 ‘심리검사’가 아니라 ‘심리평가’라고 한다. 심리검사는 면담, 행동 관찰 등과 함께 심리평가를 위해 사용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도구와 절차를 사용해 짧은 시간 내에 개인의 심리상태와 관련된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심리검사의 장점이다.
하지만 심리검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해석 방법도 상이하므로 목적에 맞게 잘 선택,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에 대한 여러 맥락을 배제한 채 특정 심리검사에서 도출된 단편적인 정보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의 심리상태를 해석하면 정확도가 낮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MBTI에서 무슨 유형이니 이러이러한 사람”, “지능검사에서 IQ가 얼마인 사람”, “우울 관련 검사 점수가 높으니 우울증” 이런 식으로 심리검사 결과에 기초해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러한 선입견은 개인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배제나 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심리검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까?
첫째, 과학적으로 검증된 심리검사를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심리검사의 개발 과정, 목적 및 용도, 신뢰도 및 타당도 등을 대중들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질문지를 사용해 자신의 상태를 직접 체크하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인 경우에는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응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피검사자의 자기 인식 능력과 수검 태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셋째, 지능검사, 그림을 사용하거나 면담이 포함된 심리검사 등 대면 심리검사의 경우에는 실시 절차,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상호 작용 과정, 채점의 정확성 등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쳐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실시해야 한다.
넷째, 심리검사 결과는 다양한 정보를 통합한 심리평가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의미가 있음을 명심하자. 즉, 단편적인 검사 점수나 특정 정보에 근거해 개인을 속단하는 것을 삼가며, 해석은 관련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우울, 불안 등 정신 건강과 관련된 심리검사의 경우 검사 점수만으로 질병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만약 선별 검사 등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도록 한다.
다섯째, 심리검사 결과는 개인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누군가를 배제 혹은 차별하거나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심리검사를 오용해서는 안 된다.
신체 건강처럼 마음 건강을 미리 살피고 챙기며 이를 위해 심리검사가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 활용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심리검사를 목적에 맞게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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