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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조유나양은 '극단적 아동살인' 피해자[사사건건]

한광범 기자I 2022.07.06 00:00:00

제주살이 기대했던 유나양, 부모 손에 사망 추정
'자녀=소유' 왜곡된 인식…'동반자살' 잘못된 표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실종됐던 조유나(10)양 일가족이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되며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 문제가 또 다시 되풀이됐다. ‘죽음’의 의미조차 몰랐을 어린 자녀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유나양 아버지 조모(36)씨는 지난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10여종에 총 1억 3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이들 투자 외에는 별도의 가상화폐 거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가 과거 검색했던 루나 코인에 대해서도 실제 투자는 없었다.

광주 한 전자상가에서 컴퓨터 부품 매장을 운영했던 유나양 가족은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한 아파트에서 거주했다. 타고 다닌 아우디 A6 차량은 중고 리스로 매달 약 9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나양 부모가 지난 2020년부터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1억 5000여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손실로 빚이 늘어나면서 아버지 조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양 일가족 자택 앞에는 각종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험학습 한다며 완도 머물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추정

유나양 어머니 이모(35)씨도 지난 4~5월 병원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지난달 29일 인양한 유나양 가족의 차량 안에선 의약품 봉지가 발견됐다.

광주 모 초등학교를 다니던 유나양은 부모과 함께 5월 1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유나양 가족은 제주도 대신 전남 완도에 머물렀다. 예약했던 신지면의 한 펜션에 5월 24일부터 머무른 후 추가 예약이 불가능하자 신지면 다른 펜션에서 28일까지 머무른 뒤 29일 다시 해당 펜션을 찾았다.

거의 외출하지 않은 채 펜션에만 머물렀던 유나양 가족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실종 전날인 5월 30일 늦은 밤이었다. 실종 장소 인근인 신지도의 한 펜션에서 밤 11시쯤 나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CCTV 속에서 의식이 없는 유나양을 어머니 이씨가 업고 있었고 아버지 조씨는 옆에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유나양 부모는 차량에 유나양을 태운 후 이동했다. 이후 2시간 후인 31일 오전 1시쯤 유나양과 이씨의 휴대전화가 펜션 인근에서 꺼졌고, 오전 4시쯤엔 조씨의 휴대전화마저 꺼졌다.

이들의 실종 사실은 체험학습 기간 종료 후에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의 신고로 처음 알려지게 됐다. 수중 수색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28일 송곡선착장 인근 바닷속에서 가족이 탑승했던 차량을 발견하고 29일 차량을 인양해 유나양 일가족 시신을 수습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가장 극단적 아동학대

차량이 일가족을 태운 채 그대로 바다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경찰이 사망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선 유나양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유나양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다만 극단적 선택 외에도 사고사 등 다른 사망 원인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인을 알 수 없지만 익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1차 부검 소견을 밝힌 가운데, 정확한 사망 원인은 정밀 부검을 통해 3~4주 이내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인양한 차량에서 수거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에 대해서도 포렌식 분석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어린 자녀를 죽인 후 자살하는 부모들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과거에는 ‘동반자살’이라고 칭했으나, 살해당한 자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해진다는 점에서 현재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스로 의사표현을 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던 아동의 생명권을 박탈해 살해한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 범죄”라며 “부모가 자녀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태도와 아이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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