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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는 사업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조 대표는 “결국 AI 신약개발을 하기 위해서도 표준화된 병원의 의료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데이터를 토대로 신약개발의 첫 단추인 미충족 의료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비드넷이 제공할 의료데이터는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차지하는 환자 모집단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특정 조건의 환자들이 각 병원에 몇 명씩 분포돼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병원이라는 ‘데이터 공급자’와 신약개발 등 정밀의료 영역에서의 ‘데이터 수요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임상대상 환자 수를 채우지 못해 골머리를 썩던 신약개발기업에 에비드넷이 해결책을 건네준 적도 있었다. 조 대표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임상환자를 3년 간 모집하면서도 목표 환자 수를 채우지 못했었는데 우리가 필요한 조건의 환자가 있는 병원의 리스트를 제공하면서 바로 목표 환자 수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조 대표는 “에비드넷은 수개월이 걸리던 데이터 분석을 며칠 내 가능하게 한다”며 “데이터 분석에 시간이 이렇게 단축될 수 있다는 걸 본 데이터 연구자들에게 다시 수개월을 기다리라고 하면 하겠느냐”고 했다.
초반에는 ‘데이터가 돈이 될까’하는 의료계의 막연한 회의감이 사업의 걸림돌이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조 대표는 “한쪽에서는 데이터산업이 유망하다고 기대감이 큰 반면 다른쪽에서는 ‘이걸로 뭐가 될까’ 싶은 시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저희 데이터 플랫폼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제휴 맺은 병원의 나이 지긋한 의대 교수들도 백여명씩 강의실에 모일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에비드넷은 지난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마이데이터 실증사업에서 의료분야 사업자로도 선정돼 직접 관련 인프라와 의료기관의 진료정보 공유 서비스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올해는 국내 여러 병원이 추가로 네트워크에 가입할 예정이며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해외 진출 논의도 재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나의 의료데이터를 내가 직접 확인하고,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기부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조 대표는 “미국 사례와 같이 제약 바이오 생태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먼저 표준화된 데이터들이 필요한 곳으로 잘 흘러갈 수 있는 인프라와 플랫폼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에비드넷이 이미 많은 부분을 구축해 놓았고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에 대응하려면 임상시험의 디지털화, 데이터 활용의 플랫폼화가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에비드넷의 비전은 데이터를 통해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데 있다”며 “지난 몇년간 묵묵히 밑바탕을 만들었고, 잘 구축된 표준화 빅데이터를 통해 실제 세상에 건강을 더하는 작업을 에비드넷 비전에 공감하는 많은 파트너 회사들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