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만 가지고는 혁신 신약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리학 같은 화학·생물학에 대한 연구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양자역학(소립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학문)이 혁신신약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논문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팜캐드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권태형 대표와 우상욱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팜캐드는 2019년 설립된 AI 신약 개발사로, 아인스 부사장 출신 권 대표와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우 대표가 공동 창업했다. 현재 총 93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인력이 57명, 박사급 인력이 3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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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캐드의 핵심 기술은 물리학과 양자역학 기반의 AI 플랫폼 ‘파뮬레이터’다. 화합물의 양자 계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을 구성하는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크게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MDS) △양자 계산 △독성 예측 △약물 생산 등 다섯 개 모듈로 구성된다.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모듈은, 질병의 주요 타겟이지만 구조가 밝혀지지 않은 막단백질과 RNA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한다.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은, 약 1억 개 이상의 화합물의 도킹을 빠른 시간 내에 선별, 후보물질이 70%의 물로 구성된 생체 환경에서 타겟과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확인한다. 양자 계산 모듈은 벤젠 링 주변의 전자구름, 전하분포 등을 자체 계산한 양자 계산 데이터를 통해, 약물과 타겟의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예측한다.
독성 예측 모듈은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약물 간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상호 연결관계를 분석해 독성이 최소화된 잠재적인 타겟 후보물질을 선별한다. 마지막으로 약물 창출 모델은, 프리 트레이닝된 화합물 데이터를 AI를 이용해 새로운 후보물질로 만들어낸다. 기존의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서 다른 기업들과 차이점이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팜캐드는 파뮬레이터를 계속해서 고도화시키고 있다. ‘2022 CES’에서는 최신 NLP(자연어처리) 및 GNN(기술 및 그래프 신경망)을 이용한 신규 화합물 생성기능을 추가한 ‘파뮬레이터 2.5’ 버전이 공개됐다. 팜캐드는 파뮬레이터의 기본적인 특성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에 특화된 플랫폼 ‘팜백 1.0’도 보유하고 있다.
권 대표는 “기존 계산화학에서 사용되는 도킹 프로그램은 신약후보물질과 타겟 단백질의 결합 세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생물학적 시스템을 컴퓨터 시뮬레이션(in-silico)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구현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상태에서의 수용액(물 분자)과 용매화 에너지뿐 아니라 동적인 변화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분자역학을 넘어 양자역학을 적용해 분자 간 상호작용에 대한 결합자유에너지를 계산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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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술력을 증명할 수단으로 권 대표와 우 대표는 ‘임상 진입’을 꼽았다. 팜백을 활용해 발굴한 mRNA 후보물질은 아이진(185490)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현재 국내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부스터샷 임상 1·2a상 단계에 있다.
권 대표는 “국내 AI 신약 개발사 중 임상 2상에 진입한 기업은 없다. 세계적으로도 임상 2상에 들어간 기업은 엑센시아(Exscientia), 리커전(Recursion Pharmaceuticals)정도”라며 “통상 상용화 시 로열티로 전체 매출의 최대 3% 정도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보다 훨씬 높은 두자릿수 비율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팜캐드는 이외에도 항암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 뇌 질환 등 CNS 치료제 등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뉴로벤티와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고, 휴온스(243070)와는 프로탁(표적단백질 분해제, PROTAC)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