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경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남 고성과 통영이 맞닿은 국도 14호선 도로변. 통영 도산면의 행복공유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이 마을에 지난해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이 생겼다. 얼핏 보기엔 식물원이라기보다 비닐하우스다. 도로 옆 넓은 들판 가운데 거대한 비닐하우스 3동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다. 그 앞에 서면 ‘과연 이곳이 식물원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원으로 들어서면 의문사는 감탄사로 바뀐다. 내부로 걸음을 옮기자마자 근사한 열대 식물원으로 탈바꿈해서다.
식물원 입구부터 이국적인 커피체리와 잘생긴 커피콩의 환대를 받는다. 여기에 가장 먼저 진한 커피 향이 마중 나온다. 이곳 식물원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주문해 마시는 것으로 입장료를 대신한다. 커피 외에 차나 음료수로도 주문할 수 있다.
커피도 조금 특별하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신맛, 단맛, 과일맛, 흙맛 등 오묘하고 다양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커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나, 커피콩을 수확하는 방법, 그리고 로스팅, 추출하는 모든 과정까지 커피의 맛을 좌우한다. 무엇보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느냐가 커피 맛을 완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영동백커피식물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 손님
이곳에선 피톤치드 가득한 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식물원 탐방에 나서는 게 더 좋다. 마치 동남아의 정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어서다. 여기에 식물원 곳곳에 벤치나 탁자가 있어 쉬어가기도 좋다. 조금 비싸다고 느꼈던 커피값이, 커피 한잔 받아들고 돌아다니다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전혀 아깝지 않게 생각된다.
카페를 나오자 초대형 온실인 식물원으로 길은 이어져 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나무는 가로수처럼 서 있고,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열대식물도 식물원 곳곳을 채우고 있다. 180m의 커피나무 길에선 아프리카의 한 커피농장으로 들어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른 키를 훨씬 웃도는 커피나무가 산책로 양옆에 큰 키를 자랑한다. 사막 배경의 소형 공연장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어 식물 체험의 장으로도 더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