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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라며 환호와 기대로 술렁이고 있다. 상장을 고민하던 기업들도 LG엔솔의 훈풍에 올라타기 위해 IPO 추진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은 나쁘지 않다. 알짜 기업을 골라서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풍성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상장한 대어급 종목을 보면 4번의 흥행과 1번의 실패를 겪었다. 투자전문가들은 대어급이라고 모두가 황금알을 낳지 못한다며 청약 전 투자설명서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2021년 대어급 첫날 최고 수익률 100%
23일 이데일리가 지난해 상장한 IPO 대어급 5개 종목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SK바사), SK(034730)아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뱅크(323410), 크래프톤(259960), 카카오페이(377300)를 분석한 결과 상장 첫날 최고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100.56%로 나타났다.
5개 종목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SK바사(335.36대 1)의 경우 상장 첫날 수익률 160%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 형성 후 상한가)’에 성공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따상은 못했지만,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하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후 이들 공모주는 차츰 주가가 내림세를 보였으나, 25거래일 이후 다시 상장 첫날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먹튀 논란’으로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카카오페이를 제외한 4개 종목의 코스피대비 초과성과를 평균적으로 봤을때, 높게 형성된 상장 첫 날 종가가 꾸준히 하락하다가 약 25거래일 이후 상장 첫날 주가 수준을 안정적으로 넘어섰다”며 “이는 대형 상장주가 지수에 편입되는 시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주의 경우 충분한 주가 상승과 수급이 뒷받침되면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와 코스피(KOSPI)200지수 등에 조기 편입됐고 이런 기대감에 대어급들은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경수 연구원은 “상장 후 1개월까지 목표주가가 신규상장종목 주가에 비해 낮았지만, 이후부터 이 수치가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꾸준히 높아졌다”며 “LG엔솔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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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대어급 공모주가 수익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게임업계 대장주로 기대를 모은 크래프톤은 지난해 상장한 대어급 중 유일하게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겪으며 일반 청약부터 부진을 기록했고 상장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PO업계 한 전문가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흥행 여부가 일반청약과 상장 이후 흥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며 “IPO 공모청약 전 투자설명서를 충분하게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엔솔 이후 차기 대어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공모주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건설부문 계열사라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과 함께 외국 상장사 9곳을 포함 총 12개사를 최종 비교회사로 선정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결과 평가시가총액은 7조11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공모 후 총 발행주식수(7995만3410주)로 다시 나누면 1주당 평가금액 8만8958원, 여기에 34.91%~14.90%의 할인율을 반영해 희망공모가격을 5만7900원~7만5700원으로 정했다. 공모금액은 9264억~1조2112억원, 공모 후 시가총액은 4조6293억~6조525억원으로 늘어난다. 또 하나의 조단위 대어급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모물량 1600만 중 75%에 이르는 1200만주를 기존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을 가진 주주가 주식을 팔아야 하는 구주로 구성한 부분이 투자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이 IPO에 나서는 이유는 새로운 사업을 위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그런데 투자금 마련을 위해 새로 찍어낸 신주 비중은 25%에 불과한 것이다. 나머지 75%는 기존 주식을 가진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IPO가 기존 주주의 배만 불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25일과 26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28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2월 3~4일엔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청약은 미래에셋증권(30만4330주)과 KB증권(30만4330주), 현대차증권(26만880주), 한국투자증권(3만9140주), NH투자증권(3만9140주), 하나금융투자(2만6090주), 삼성증권(2만6090주) 총 7곳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상장은 2월 15일이다.
◇ 원스토어부터 교보생명까지 신발끈 묶는 주자들
다음 주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및 반도체 투자 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402340)의 자회사 원스토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스토어는 안드로이드 기반 앱마켓 사업자로 지난해 11월 2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서류를 제출해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상장예정 주식수는 2623만주이며, 이 중 25%에 달하는 666만주가 일반 공모청약 대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13일 IPO관련 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하고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2012년, 2018년 이후 3번째 도전인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IPO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교보생명은 같은 달 21일 거래소에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빅3 중 유일한 비상장사로 보험 업계에 남은 마지막 상장 대어로 꼽혀왔다. 증권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는 3조원에 이른다.
상장예비심사는 통상 45영업일(약 2달)이 소요된다. 원스토어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이르면 내달 승인 통보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예측 등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 진행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빠르면 3월 즈음부터 상장 일정이 구체화될 수 있다. 다만 심사기간 연장은 변수다. 교보생명은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전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최대 IPO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 외에도 SSG닷컴, 마켓컬리, CJ 올리브영, 오아시스, 카카오엔터 등의 신규 상장도 올해로 예상되는 등 풍성한 라인업”이라며 “지난해(20조원)보다 더 늘어난 올해 25조원의 전망치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