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버블` 올 수 있다" 경고…국회서도 나라 곳간 공방

이정훈 기자I 2021.09.08 00:04:00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신흥국 부채 급증…위험자산 버블"
"주식부터 채권·원자재 등 `에브리씽 버블` 터질 수 있다"
`곳간 비어간다`던 홍남기 부총리 발언 두고 여야 간 공방
與 "우리가 쌀독 경제인가"…野 "텅텅 빈 국민통장 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공지유 기자]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신흥시장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자산시장 거품(버블) 붕괴와 국가채무 급증이 글로벌 금융안정을 취약하게 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침 국회에서도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나라 곳간에 대한 공방이 계속됐다. 여당은 현재 곳간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확장적 재정 정책을 주문한 반면 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재정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야권 비판도 거세다. 정부는 현재 재정 상황은 탄탄하지만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빠른 만큼 재정건전성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흥시장 부채 증가→주식·채권 등 ‘에브리씽 버블’ 붕괴 우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공동 개최한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올 상반기 세계 경제는 대대적인 통화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인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면서도 “위험자산 가격 버블이 형성되면서 주식, 채권, 원자재 및 다양한 자산 가격이 폭증하는 이른바 `에브리씽 버블`이 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켈 교수는 “신흥시장의 부채가 지난해 특히 급격하게 누적됐는데 미국이나 선진국의 경우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신흥시장의 경우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율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아직 금리가 낮으니 대응여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금리가 올라가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 및 개발전망국장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성장 둔화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제 국장은 “글로벌 차원에서는 향후 8년간 높은 수치의 성장전망률이 예상된다”면서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비교했을때 선진국은 팬데믹을 신속하게 관리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신흥시장은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 금융위기와 다르게 경기침체 이후 개도국 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로는 백신 접종률을 언급했다. 프랑켈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필요한 것만큼 올라가고 있지 않은 것 또한 하방위험으로 작용한다”며 “신흥시장이나 개발도상국은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 대비 떨어지면서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코제 국장도 “전세계적인 불균등한 백신 접종으로 신흥시장과 개도국의 경우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신흥시장의) 경기 및 경제 수렴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력 손실로 개도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고용 불안이 지속되고 잠재성장률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제 국장은 “잠재성장률을 봤을 때 투자, 생산성 증가, 교육·보건 향상, 근로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2020년대 동안 선진국을 비롯해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서도 나라곳간 공방…“쌀독 경제냐” vs “텅텅 빈 헛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곳간` 발언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홍 부총리는 전날 예결위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정건전성 지키는 것 중요하지만 정작 사람이 필요할 때는 쓸 수 있어야 되는 데 곳간에 곡식 쌓아두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상당 부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재정상황을 ‘곳간 비어간다’라고 표현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쌀독 경제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1년에 적자 100조원 이상을 들여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며 “곳간에 돈을 쌓아놓은 걸로 표현해 그렇지 않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비어간다는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라면 (표현을) 고치겠다”고 덧붙였다.

곳간 발언의 여파는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도덕적 해이는 오롯이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왔다”며 “국민 통장은 텅텅 빈 통장이 되고 나라 곳간은 부실한 헛간이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재정 상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선진국 절반도 안 돼 어느 나라보다도 양호한 수준”이라며 “국가채무가 최근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우려하는 대내외 시각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예결위에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선제 대응 주문이 이어졌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금융취약차주 등은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 매우 높아 보인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 부총리는 금리 인상을 두고 “통화정책 차원에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것과 물가 우려 등을 종합 판단한 결과”라며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취약계층 지원은 재정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리 인상이 (올해) 한번에 그칠 것 같지 않다”며 “금리 인상 선제 대응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소상공인, 중소기업, 고용 취약계층을 포함해 정부가 하고 있는 사전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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