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준석호(號)의 국민의힘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크고 작은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특히 최우선 과제인 ‘정권교체’의 디딤돌을 놓기 위해선 국민의힘과 합당을 비롯한 보수재편을 매끄럽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외곽의 대선주자들과의 관계 설정 여부도 변수다. 아울러 해묵은 숙제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3대 난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초기 순항 여부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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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첫무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 회복이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전대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공개 소통할 사람은 안철수 대표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이 대표와 안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다음날 ‘번개 미팅’을 진행했다. 이 대표가 전화를 걸어 지역 명소인 ‘마들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고, 안 대표의 제안으로 수락산 근처 다른 카페에서 만났다고 한다. 둘은 배석자 없이 만나 두 당의 합당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주호영 전 당대표 권한대행이 안 대표와 만나 큰 틀의 방향성을 잡았다. 국민의힘 역시 당론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 추진을 결의했다. 분열된 야권이 하나로 힘을 모아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합당 이슈는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첫 과제다. 불안요소는 안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합당의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실무협상 과정이나 상대방의 발언 등을 통해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 합당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서울 노원병 공천 갈등으로 이 대표가 안 대표를 비난해 ‘욕설 파문’이 일어나는 등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이 대표는 전대 기간 중 “솟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다”며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에 선을 긋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를 고려해 안 대표와 합당을 논의한 주 의원에게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대표와 안 대표의 신경전도 미묘하다. 안 대표는 이 대표 당선 직후 별도 언급이 없었다. 13일 처음 관련 입장을 냈지만 축하보다는 ‘정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기성 정치의 틀과 내용을 바꾸라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더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국민적 변화의 요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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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관계 설정도 변수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8월 정도까지 (입당을) 결심하지 못하면 국민들 입장에서도 답답한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여러 구상이 있겠지만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게 합리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합류를 압박한 것이다. 다만 전대 기간 논란이 됐던 ‘윤석열 배제론’을 의식한 듯 “경선 일정을 아무리 당겨도 실무적으로 8월 중순이나 말 이후에나 시작될 수 있다. 특정 주자를 배제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조정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당외 유력 인사들의 합류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 대선열차’는 정시에 출발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압박은 4·7 재보선 직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화를 안 해도 이길 수 있다”며 안 대표를 몰아세웠다. 결과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본선 진출과 승리로 이어졌다. 이 대표도 역시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을 몰아세워 입당 시기를 앞당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입당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만발한 윤 전 총장의 조기입당이 확정되면 이 대표의 리더십은 상한가를 치게 된다. 특히 이는 야권후보 단일화 논쟁에서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방지는 물론 대선본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이 대표의 압박 전략이 실패할 경우 당 안팎의 비판여론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홍 의원의 복당도 난제다. 이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찬성 입장을 밝혀온 만큼 그의 복당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홍 의원에 대한 당 내부의 강력한 비토정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김웅 의원은 홍 의원에게 “스스로 변해야 한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홍 의원은 “소탈한 것을 품격 없다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