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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해우소]'월화수목금금금' 한계 넘어선 '보건소 간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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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원 기자I 2021.05.30 00:02:17

고강도 방역·접종 업무에 쓰러지는 보건소 직원들
''단기인력'' 채용 공언한 정부
전문가 "현장에선 업무를 지도·감독할 전문 인력 필요해"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부산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1년 넘게 격무에 시달리는 방역인력들의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제공)


“코호트 병동 업무에 압박감”…극단에 선 간호 공무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 간호직 공무원 A씨가 숨지기 전날 업무 압박감을 호소하며 동료와 대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숨진 A씨 유족은 지난 26일 A씨가 동료와 대화한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B병원을 담당·관리했으며 23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날 A씨는 동료 두 명과 대화를 하면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 어제 오전 B병원을 다녀와 너무 마음에 부담이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정말 ‘멘붕’(정신이 붕괴된다는 의미)이 와서 C씨와 의논했고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A씨는 같은 날 상사에게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A씨는 한 간부에게 “죄송합니다.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습니다”고 적었다.

유족에 따르면 당초 A씨는 B병원에 대한 관리 담당이 아니었지만 상부 지시 등 압박으로 인해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하다. 하지만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가 업무 담당을 거부하자, 동료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A씨가 일을 잘하니까 맡아달라’,‘A씨가 일을 안 하면 나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식의 내용이 오갔다.

과다한 피로가 누적된 A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봤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치매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정신과, 우울증 등 단어를 찾아보고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살펴보기도 했다.

유족들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지만 A씨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5일장으로 연장했다. 현재 경찰은 유족,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코로나 1년 4개월…월화수목금금금, ‘번아웃’ 호소하는 의료진

KBS에 따르면 해당 보건소 측은 업무 배정 때 업무 관련성을 따져 인력을 배정하고 있다며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모든 보건소 직원이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업무를 바꿔줄 인력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장 의료인력 같은 경우도 코로나19 대응업무를 하면서 65~69세 노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접수까지 맡아야 하는 등 코로나19 최전선을 지켜온 보건소 인력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장 인력의 과도한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졌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보건소 자체 접종 외에 지역예방접종센터에도 보건소 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 때문에 접종자들을 안내하고 전산 자료를 입력하려면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접종센터 의사·간호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해 7월 의료·현장대응팀 6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인식조사를 한 결과 73.6%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번아웃을 구성하는 3대 하위 영역인 ‘감정적 고갈’, ‘냉소’, ‘효능감 저하’를 모두 겪고 있는 인력도 33.8%에 달했다.

유 교수는 “장기간의 업무로 정서적인 탈진 상태에 놓여있고 그 수준이 이전보다 심각해졌다”면서 “일에서 몰입과 성취감이 아닌 냉소감과 낮은 효능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든 방역 성적표의 뒷장이자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7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역학조사·진단검사 등 기존 방역업무가 증가하는 데다 현장 점검도 있고 예방접종 관리도 증가하고 있어 보건소 직원의 업무 부담이 많이 증가한 상태”라며 “시군구 지자체 쪽 행정 인력을 보건소에서 근무하도록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추가 인력 배치라는 건 공무원의 추가 채용을 말하는 것인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지자체별로 임의로 뽑을 수 있는 게 안라 공채를 통해 충원하는 과정이 1년 가까이 걸린다”면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하긴 어려운 일이다. 대신 인력 재배치, 보조 인력 투입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규직을 뽑기 어려우니 단기 인력을 뽑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진단과 처방이 맞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교수는 “업무를 지도·감독해 줘야 하는데 이런 건 전문성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인력 문제는 지난해부터 나온 얘기인데 정부에서 할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 인력 보충이 있었다면 보건소 간호직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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