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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매년 물가 반영해 세부담 유지”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오는 9월 국회에 주세개정안을 포함한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4일 당정협의에서 논의된 △종가세(가격 기준) 방식의 맥주·막걸리 과세를 종량세(출고량 기준)로 전환 △2021년까지 생맥주 세율 20% 인하 △맥주·막걸리 세율에 물가연동제 도입 등이 개정안에 담긴다.
당초 예상됐던 내용 대부분이 포함됐지만 개정안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물가연동제 도입 문제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당정협의에서 “물가 상승분을 매년 종량세율에 반영함으로써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세부담이 유지되도록 하겠다”며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물가연동제는 맥주·막걸리 세율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조정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1월 종량세로 전환되면 2021년부터 물가연동제가 매년 적용될 것”이라며 “고시나 시행령을 개정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에 물가를 연동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맥주·막걸리 세 부담이 줄어든다”며 “가격에 따라 세금이 오르는 소주 등 다른 주종과 세금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 세부담이 감소하면 소비자가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덜 지불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앉아서 편히 세금 올리겠다는 기재부 속내”
그러나 야당은 “물가연동제 도입에 반대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추경호 의원은 통화에서 “매년 세금을 자동적으로 뜯어내 은근슬쩍 서민 증세를 하려는 것”이라며 “물가연동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고시나 시행령을 개정해 세 부담 수준을 바꾸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를 벗어난 기재부의 꼼수”라며 “독일 등 해외 국가처럼 종량세 세율을 매년 조정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필요한 때를 보고 그때그때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맥주에 붙는 세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기재부 조사 결과 매년 주세율을 조정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6개국(에스토니아·이스라엘·영국·프랑스·포르투갈·호주)뿐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해 매년 세율을 조정하는 나라는 2개국(호주, 이스라엘)뿐이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호주 등이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세금이 매년 자동으로 조정되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매년 세율이 자동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도 2014년에 물가연동제를 포함한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세금이 매년 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해 물가연동제 도입은 불발로 끝났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물가연동제 도입은 담뱃세 논란 때처럼 기재부가 가만히 앉아서 세금을 편하게 올리겠다는 속내”라며 “이렇게 세금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오르게 되고 결국 저소득층 부담만 커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음주의 사회적 비용, 국민 건강을 1순위로 고려한다면 ‘고(高 )도주·고(高 )세율 원칙’에 따라 전반적인 주세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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