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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지지층을 상대로 시행한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5675명·표본오차 ±3.0%포인트·아래 표 참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민주당원들이 그리는 내년 대선 후보의 모습은 ‘노인·백인·남성’이 아닌 ‘젊음·유색인종·여성’이다. 해리스는 23명의 민주당 대선후보 가운데 젊음(54)·유색인종(흑인)·여성이라는 ‘호감 3박자’ 조건을 모두 갖춘 유일한 인물이다.
그러나 막상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의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70대의 백인 남성 후보인 조 바이든(76·아래)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7) 상원의원의 양강구도가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괴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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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민주당 지지층의 ‘트럼프 혐오감’을 그 배경으로 꼽는다. 민주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아야 하는 만큼, 우리 후보가 누구든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확실하게 누를 인물, 즉 ‘당선 가능성’을 가장 선호한다는 이론이다.
“누가 (여론조사를 통해) 계속 이겨왔는지에 대한 지식과 누가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미국 인터넷언론 ‘복스’의 리 저우 기자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16~19일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FAU)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유권자 1007명·표본오차 ±3.0%포인트)를 보면 2020년 미국 대선의 핵심 승부처인 플로리다주(州)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는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이 유일했다. 나란히 50%의 지지율을 기록, 호각지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나머지 22명의 후보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2%포인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 각 4%포인트, 해리스 6%포인트 차이로 리드를 지켰다.
복스는 “민주당 지지층에선 누구를 대선후보로 뽑든 간에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신념이 해당 후보의 신념과 일치하더라도, 결국엔 당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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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바이든이 ‘최종 후보’로 선택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내년 7월11일)가 아직 14개월이나 남겨둔 만큼, 판세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바이든이나 샌더스가 지닌 지지율의 힘은 그들의 ‘이름값’일 뿐입니다.”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center for politics)의 선거 감시인(elections watcher)인 카일 콘딕의 전언이다.
버락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 2016년 대선 경선 막판까지 힐러리 클린턴에게 끈질기게 도전했던 샌더스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널리 ‘이름’을 알린 인물들이다.
각종 선거마다 여성후보를 지지하는 정치단체인 ‘에밀리 리스트’(Emily‘s List)의 크리스티나 레이놀즈 대변인은 “당선 가능성과 같은 말은 여성과 같은 소수 후보자를 깎아내리거나 배제하려는 방법으로 자주 이용되는 단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이 같은 ‘당선 가능성’ 논란이 불거진 덕분인지, 민주당 내 6명의 여성 후보 중 선두주자격인 해리스와 워런은 최근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미 몬머스대 여론조사(민주당원 334명·표본오차는 ±5.4%포인트) 결과, 바이든(33%)과 샌더스(15%)에 이어 해리스와 워런은 각각 3.4위에 랭크됐다. 이는 전달 대비 각각 3%포인트·4%포인트씩 오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