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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순혈주의를 깨라.”
우리금융지주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 최근 신설한 그룹 내 컨트롤타워를 이끌 인사를 채용했거나 채용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 등에서 새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은행 특유의 경직적인 문화로는 쉽지 않다는 손태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의 지주사 체제도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새로 만든 ICT기획단 산하 디지털혁신부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중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외부 인사와 함께 디지털혁신부 닻을 올릴 우리은행 출신 내부 직원들은 이미 부서를 옮긴 상태다.
디지털혁신부는 그룹 내 핀테크 업무를 총괄하고 빅데이터 기반 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미래 성장동력인 디지털 분야 전략을 수립한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혁신부 신설은 두 달 전 지주사 내에 ICT기획단을 만든데 이은 후속 작업이다. 우리금융지주는 ICT기획단장에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지낸 IT 전문가 노진호 최고정보책임자(CIO) 전무를 영입했다. ICT기획단은 디지털혁신부와 ICT기획부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ICT 기획, 디지털 전략, 정보보호 업무는 모두 외부 전문가들이 가닥을 잡는 구조인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디지털금융부와 함께 신설한 전략기획단 산하 미래금융부를 이끌 외부 인사에 최근 김동준 부장을 선임했다. 김 부장은 대형 증권사와 컨설팅사에서 몸 담았던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룹 차원의 혁신금융 운영 방향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조치는 “IT 인재를 과감하게 채용해야 한다”는 손 회장의 의지와 맞물려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은행 체제에서 지주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 인력 문제를 중점 과제로 꼽아 왔다. 외부 인력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 분야는 인수합병(M&A)과 디지털이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순혈주의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영입은 본연의 금융지주사 체제가 본격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디지털혁신부와 미래금융부는 각각 최동수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과 박경훈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이 관리하는 부서다. 두 인사는 지주사 초기 안정화 작업을 총괄해왔던 핵심 임원이다. 지금까지는 지주사 전환하는 과정이 안착하는데 방점이 찍혔고, 지주사 인력도 최소화한 상태에서 운영했다. 혁신금융 같은 주요 사업 분야는 여전히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였다.
우리금융 한 인사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비(非)은행 M&A 못지않게 중요한 디지털 사업이 이제 궤도에 올라온 것”이라며 “지주사의 무게중심도 미래사업 컨트롤타워 쪽으로 서서히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