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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로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로 한미정상간 회동 이후 약 4개월여만이다. 이번 회담은 북미정상의 베트남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문 대통령 중재행보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 측을 설득해 제한적 수준의 제재완화라는 성과물을 얻어낼 경우 12일 귀국 이후 이른 시일 내에 대북특사 파견 또는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단독 정상회담을 갖는다. 역대 한국 정상 중 대통령 내외가 오벌오피스에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단독회담에서 사진촬영을 한 뒤 퇴장해 별도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단독회담에 이어 우리 측에서 강경화 외교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대사가 배석한 소규모 회담에 이어 확대 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이 이어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한미동맹 기조 재확인 △북미 설득 중재안 제시를 통해 북미대화 진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후 운명이 좌우된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이후 제재완화 등 보상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빅딜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단계별로 상응하는 제재완화 조치 등을 촉구하는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을 만족시킬 묘수를 찾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성공하면 북미·남북관계는 또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북미대화 조속 재개와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히든카드는 ‘굿 이너프 딜(good emough deal, 충분히 좋은 거래)’과 ‘스냅백(snapback, 합의 위반시 혜택 철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 동시이행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북미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가장 현실적인 중재안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9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난 2월 회담 이후 대화의 동력을 조속히 되살리기 위해 양국 협의가 중요하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개최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탑다운식 접근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숙소인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차례로 접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간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