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나이가 들면 몸 속에 있는 신체 조직들도 점차 늙는다. 무쇠 같은 뼈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중년의 나이가 되면 인체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척추에 척추관 협착증이 많이 발생해서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린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척추협착(M480)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7년 154만3477명으로 2010년(83만1235명) 대비 74% 증가했으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2배 가까이 많았다. 여성 중에서도 폐경기 이후 여성들에게 발병 위험이 높은 척추관 협착증에 대해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척추신경외과 신명훈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변형된 인대·척추가 척추관 눌러 통증 발생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척추는 나이가 들면서 인대, 근육 같은 주변 조직이 약해지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보상 작용으로 인대가 두꺼워지고 척추의 뼈마디 면이 거칠어져 울퉁불퉁해진다.이렇게 변형된 척추 뼈와 인대가 척추 뼈 안쪽에 위치한 신경다발인 척추관을 눌러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척추관 협착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료 받는 환자의 약 64%가 여성으로 남성보다 훨씬 많다. 특히 여성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약 80%가 폐경기가 시작되는 50대 이후에 분포한다. 폐경 후 호르몬 변화 등으로 척추를 견고하게 잡아주는 인대 같은 주변 조직이 약해지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것이다.
◇ 엉덩이에서 발까지 통증 느끼고, 심하면 배뇨장애 동반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뿐만 아니라 신체 곳곳에 통증을 일으켜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거칠게 변형된 인대와 척추 뼈가 누르는 척추신경 부위에 따라 엉덩이와 허벅지가 당기고, 무릎 아래에서 발바닥까지 저리며 시린 증상까지 나타난다.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 있을 때 척추관 협착증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면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앉아 있으면 통증이 줄어든다. 하지만 걸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당겨서 오래 걷기 힘들고 5분 정도 걷다가 쉬어야 한다. 또 다리 저림 증상이 심해서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산에 오를 때는 통증이 없고, 내려올 때 다리 통증이 있는 것도 척추관 협착증의 특징이다. 증상이 심할 겨우 하반신 마비가 오고 배뇨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
◇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 수술 부담 없이 치료
척추관 협착증은 점차 증상이 악화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통한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척추관 협착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척추 비수술 치료에는 신경성형술, 신경차단술 등이 있다.
신경성형술은 척추의 끝부분인 꼬리뼈 부분으로 지름 약 2mm의 가늘고 긴 관을 삽입한 후 문제가 되는 척추 조직을 박리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부분)마취로 진행되며 출혈이 없어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추천된다.
신경차단술은 주사로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이며 시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적어서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척추관 협착증이 심한 환자는 척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신명훈 교수는 “척추관 협착증을 예방하고 증상을 줄이려면 한 두 시간마다 5~10분씩 허리를 펴는 스트레칭을 하고 평소 허리를 바로 세우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 걷기, 자전거, 수영 같은 허리근육 강화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