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감상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별 깨는’ 소리를 해야 하니까. 저 별도 따져보면 138억년 전 빅뱅의 우주쇼를 거쳐 몇십억년을 지나며 가스와 먼지, 각양각색 원소덩이를 덕지덕지 쌓은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그 중심에는 무지막지한 ‘철’(Fe)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는.
우주생성 후 별의 폭발에서 생긴 기원부터 지금까지 138억년 역사 더듬기. 책은 그 ‘빅히스토리’에 관해 말한다. 국내 빅히스토리 선구자라 할 저자는 단 하나의 축으로 어마어마한 일대기를 다시 헤집는데 다름 아닌 ‘철’이다.
저자는 기원전 330만∼170만년 전 형성한 자성박테리아 화석에서 찾아낸 철의 동위원소를 근거로 삼는다. 우주에서 날아왔다고밖에 믿을 수 없는 바로 그 철을 매개로 45억년 전 탄생한 지구의 ‘리틀 빅히스토리’를 추적할 수 있다는 거다. 철제농기구·칼·바퀴·금속활자·철도·탱크·수류탄·인공위성, 다시 우주로 나가 세운 정거장까지.
철의 눈으로만 쓴 지구문명사다. 인간의 시선은 아예 빼버렸다. 그 신비감이 ‘아를의 별밤’에 비하겠느냐는 감탄이 책장 곳곳에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