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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분양 때 풍수지리를 접목한 단지가 늘고 있다. 분양마케팅 목적으로 주로 쓰던 풍수지리를 최근 들어 아파트 입지 선정 및 단지 설계 등 초기 단계부터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경연 인하대 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분양사업에 풍수지리를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부터로, 당시는 분양마케팅이 목적이었다면 최근엔 자연 환경이나 입지를 중요시 여기는 수요가 늘면서 대부분이 단지 설계 단계에서부터 풍수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수지리 좋은 곳 아파트 청약률도 높아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임을 내세워 청약에 성공한 대표 사례는 부산지역 최고가 아파트로 주목받은 ‘해운대 엘시티’다. 이 곳은 풍수지리상 ‘삼포지향’에 해당하는 명당이란 게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산(산)·춘천(강)·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분양 당시 833가구 모집에 1만 4550명이 몰리며 평균 17.2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해 7월 분양한 부산 사하구 ‘e편한세상 사하2차’의 경우 입지 선정시 풍수지리 전문가의 자문이 들어간 대표적 아파트 단지다. 이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최고 328대 1이었다.
분양 때마다 조기 완판 행진을 보인 광교신도시도 풍수지리사가 꼽는 대표적 명당 자리다. 광교신도시는 풍수지리상 옥녀탄금형(선녀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형상) 명당으로 좌청룡·우백호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가운데 샘이 솟아 주거지로서 길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정경연 교수는 “광교신도시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길지인데다 조선시대 풍수지리의 대부인 도선국사가 인정한 명당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이달 분양 예정인 ‘북한산 두산위브’ 아파트(전용면적 33~118㎡ 497가구)도 배산임수로 꼽히는 북한산 자락에 있다. 이 아파트 분양 담당자는 “단지 뒤쪽으로 북한산이, 남쪽으로 홍제천이 흐르는 전형적 배산임수 지형이라는 게 입지 선정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돈을 부른다는 ‘물 조망’…뜨는 이유 있네
명당 풍수지리 중에서도 아파트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큰 곳은 단연 ‘물’과 관련된 것이다. 물이 모이는 곳은 재물이 모이지만 물이 흩어지는 곳은 재물도 흩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이를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부른다. 실제로 풍수지리와 연관 지어 ‘물’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경기도 하남시 선동 ‘미사강변 더샵 포레’ 아파트는 한강 조망을 내세운 단지이지만 최소 15층 이상은 돼야 한강이 보인다. 이렇다보니 층별 거래가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이 아파트 전용 98㎡타입 중 한강이 보이는 23층은 5억 7000만원대에 팔렸고, 한강이 보이지 않는 매물은 5억원대에 거래됐다”며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약 7000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도 물 조망에 따라 웃돈 차이가 확연하다. 다산신도시 인근 중개업소들 말을 종합해 보면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지는 왕숙천 조망이 가능한 한양수자인 1차 아파트(84㎡타입 기준)로 55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왕숙천이 보이지 않는 아이파크와 유승한내들 센트럴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타입 기준 3500만원 가량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물 조망이 있는 아파트가 2000만원 더 비싼 것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이왕이면 좋은 기운이 가득한 길지에 살고 싶어하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이를 반영한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공급되고 있다”며 “다만 풍수지리상 명당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닌 만큼 여러 기반시설도 충분히 검토한 후 아파트 청약 및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