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IT시스템은 IBM, HP, EMC, 시스코 등의 하드웨어(HW) 장비에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와 SAP의 애플리케이션 등 외산 상용SW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범용 프로세서인 x86에 리눅스 운영체제(OS)를 탑재한 HW 도입이 늘어남에 따라 공개SW 기반의 미들웨어와 DB가 외산 상용SW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공개SW DB인 ‘마리아DB’를 공급하고 있는 코오롱베니트의 전근욱 오픈소스사업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공개SW의 우수한 성능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공개SW 중심으로 IT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SW 진흥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공개SW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용 NIPA 원장은 “리눅스 기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DB를 비롯한 다양한 솔루션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해졌다”면서 “무엇보다 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공개SW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변화”라고 강조했다.
|
공개SW는 SW가 상업화 돼 가면서 소스코드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수정과 재배포가 가능한 SW다. 기술지원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만 발생할 뿐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된다. 공개SW의 기본 철학은 지적재산의 보호가 아닌 공유를 통한 협력으로 기술의 진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상용SW와 반대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같은 공개SW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비용 문제 때문이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클라우드 환경으로 IT시스템을 전환하면서 공개SW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개SW는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특정 회사가 공급하는 상용SW 대비 훨씬 저렴하다.
특히 독점 형태인 상용SW와 달리 공개SW는 다수 업체들로부터 동일한 솔루션을 공급받을 수 있어 사용자의 공급 업체 선택권이 보장된다. 비용이나 기술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IT시스템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공개SW는 공개된 소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SW를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 있게 한다. 다수의 외부 개발들에 의한 소스코드 검토가 이뤄지기 때문에 SW의 안정성도 높다. 이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주요 SW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할 수 있으며 뛰어난 외부 개발자를 내부에서 활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게다가 공개SW를 활용하면 기업에서 부족한 제품군을 빠른 시간 내에 보완할 수 있고 다양한 고객 수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공개SW 기반 DB를 공급하고 있는 큐브리드의 정병주 대표는 “공개SW의 안정성과 성능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해외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SW에 대한 반발로 고객들이 공개SW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근 국내 IT시장에서도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이 확산되면서 NoSQL(Not Only SQL)과 하둡 등의 공개SW들이 상용SW인 관계형 DB의 한계를 극복하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도 펜타호나 JBPM, 알프레스코, 컴피에르, 수가CRM 등 공개SW 제품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공개SW를 기반으로 개발 도구(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전산시스템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SDS의 ‘애니프레임’, LG CNS의 ‘데브온 자바’, SK C&C의 ‘넥스코어’는 애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인데, ‘스프링(Spring)’이라는 공개SW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전자정부 프레임워크’ 역시 스프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공개SW 기반 OS로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채용하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 분야에서도 공개SW는 위력을 떨치고 있다. 웹 트래픽 분석 업체인 스탯 카운터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으로 공개SW 기반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크롬’과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공개SW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규모는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패키지 SW 기업 한 곳의 연간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는 공개SW에 대한 기술지원과 서비스 관련 매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공개SW의 활용가치는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게 NIPA 설명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공개SW를 감안하면 가치는 훨씬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개SW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함으로써 절감한 SW 로열티는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수용 원장은 “공개SW는 글로벌기업의 시장잠식을 극복할 반격의 무기로, 사용자에게는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기회로, SW를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휼륭한 선생과 교재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면서 “국내 SW 발전의 충분한 밑거름이 되고 있는 공개SW를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