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 확률이 아니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경쟁률도 아니다. 지난 2007년 4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분양한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의 청약 경쟁률이다. 당시 ‘로또텔’로 불렸던 이 오피스텔은 지금 실패한 투자의 전형이 됐다. 5년 사이 수천억원의 분양가가 증발해 버렸다. 이때 부나방처럼 뛰어들었던 투자자들 대부분이 쓴맛을 봤다.
이때를 정점으로 한때 반짝했던 분양시장의 열기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장사진을 쳤던 떴다방은 온데 간데 없고 휑한 모델하우스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렇게 5년이 지난 지금. 암흑기였던 분양 시장에 ‘작은 불씨’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양 3일만에 마감. 근래 보기 드문 분양 성적표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징후 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착시 현상일까.
이번주 이데일리 ‘재테크 직구토크’는 죽은 시장도 살려내는 ‘분양의 달인’들을 모셨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청담동에서 ‘덕수궁 롯데캐슬’ 오피스텔을 완판한 안종규 (주)도시애 영업본부 이사와 마곡지구 우성르보아2차 오피스텔 분양을 3일만에 끝낸 서대원 대원플러스 대표를 만났다. 계동욱 서반플래닝 대표, 김영모 대원플러스 상무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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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화 기자(이하 성)=2년전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가 최근 준공 시점에 투자 수익률이 기대보다 훨씬 낮아 실망했다. 이후로 오피스텔 분양권은 쳐다도보지 않게 됐는데. 지금 시장에서 분양권에 투자해서 남는 게 있을지 의문이다.
▶계동욱 대표(이하 계)=오피스텔은 시세 차익을 기대하면 안 된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처럼 분양받으면 입주할 때쯤 가격이 올라가는 상품이 아니다. 매달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이므로 가격이 오르는 게 유리하지도 않다. 매수자 입장에선 투자금이 커지면 수익률은 거꾸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오롱 더 프라우도 분양 초기에는 1억5000만원씩 웃돈이 붙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안 맞아 나중에는 10% 이상 내린 가격에도 거래가 안 됐다. 차익보다 예상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성=분양권은 2년 뒤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예측이 어려운 시장에서 상당한 리스크다. 분양권에 투자하느니 차라리 저렴하고 수익률도 안정적인 기존 오피스텔을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서대원(이하 서)=오피스텔은 건물 감가(상각)율이 가장 빠르다. 내부에 풀옵션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전자제품 등은 다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기존 오피스텔도 추가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또 세입자도 새 오피스텔이면 월세를 10만~20만원이라도 더 낸다. 그런 점을 감안한 예상치를 얘기한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주변 시세보다 오히려 싸게 공급되는 오피스텔도 적지 않다.
②개발 계획·수요공급·사이클을 살펴라
▶성=오피스텔이 꼭지라는 얘기는 몇년전부터 나왔다. 이미 공급 과잉이라고 본다.
▶서=큰 사이클이 있긴 하다. 2005년까지 공급이 확 늘었다가 그뒤 7~8년간 공급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기존 오피스텔이 낡아 2011년을 기점으로 다시 새 수요가 필요해졌다. 소형 주택 붐까지 더해져 최근 공급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보다는 국지적으로 지역별로 접근해야 한다.
▶성=앞으로도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 메리트가 있다고 보나.
▶계=연 수익률이 5~6%대로 꾸준히만 나와준다면 앞으로도 괜찮다고 본다. 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퇴직자가 쏟아졌다. 대부분 개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이후 안정적인 부동산 투자가 낫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곧 은퇴 시기가 도래한 1기 베이비부머 세대들 숫자가 어마어마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아직 열려있다.
▶성=이번에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는데, 실제로 노후 대비용으로 투자한 은퇴 부부들이 많았나.
▶안종규 이사(이하 안)=그렇다. 지난달 도심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2실씩 계약한 예비 은퇴자도 적지 않았다. 한달에 월세를 12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분양가가 3억 3000만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대출을 낀 실질 투자 수익률을 계산하면 연 6%가 나온다. 다시 말해 대출을 50%(1억6000만원) 끼고 분양받으면 월 이자 60만원을 빼도 1실당 60만원이 남는다. 실제도 두 식구 사는데 월 120만~130만원 소득이면 괜찮지 않겠냐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계=공급 물량이 워낙 부족한 광화문 지역이라 분양가가 약간 높았다. 퇴직금을 한방에 털어넣어야 하는데, 일반인에겐 쉽지 않다. 1실당 1억2000만~1억3000만원 수준인 오피스텔이 적절하다. 실투자금 4000만원으로 수익률 5~6%를 올릴 수 있으면 노후를 위해 괜찮은 투자다.
▶성=하지만 2년 뒤 임대수익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분양가를 측정할 때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나.
▶서=크게 두 가지를 본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수요와 공급이다.
▶성=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인들이 주택과 관련된 통계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일이 직접 구청에 전화해 확인을 하고 알아봐야 할 정도다.
▶서=물론 어렵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마곡지구를 예로 들면 자체 개발 계획이 있다. 마곡지구 전체 토지 면적이 110만평이다. 이중 산업단지는 40만평밖에 안 된다. 용적률(전체 건물 면적 대비 바닥 면적의 비율) 400~500%를 감안하면 160만평 정도 나온다. 여기 지어지는 업무시설을 1인당 10평씩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16만명 정도가 유입되는 셈이다. 이렇게 따져보고 그곳의 주거 인구를 계산한다.
▶성=만약 예상 인구보다 오피스텔을 더 많이 짓는다면.
▶서=도시계획구역이나 개발지구는 주거·상업·공업·녹지 등 토지이용 계획이 다 나와 있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나 상업지역에만 지을 수 있다. 마곡지구에 들어설 수 있는 오피스텔은 최대 6000여실이다. 현재 공급된 게 2000여실이니 앞으로 약 4000실 남았다. 이게 꼭 맞는 건 아니지만 다른 요소와 함께 시뮬레이션 돌리면 대략적인 수급이 나온다.
▶계=서울 안에서는 어디든 출퇴근이 가능하니까 일반 주택은 인구 유입 효과가 거의 없다. 하지만 소형 부동산은 다르다. 가족이 없어서 직장 가까이에 혼자 사는 근로자가 주 수요층이다. 그만큼 유입 인구가 많으면 확률적으로 높은 임대료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건 일반인도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따져볼 수 있다.
③대출을 이용해라
▶성=1억3000만원을 대출 없이 투자한다면 임대료를 얼마 받아야 적정 수익률이 나오나.
▶계=대출을 끼지 않으면 투자 수익률은 답이 없다.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대출을 끼는 게 항상 유리하다. 업체가 오피스텔 분양가를 책정할 때 현재 주변 월세 가격을 조사하고 예상 월세를 계산해 수익률을 대략 5~6% 선에 맞춘다. 만약 대출을 안 받으면 수익률이 3~4%로 떨어진다. 대출 끼고 분양받아 수익률 5~6%가 나오면 적정가로 판단하고 공급한다.
▶성=투자 수익률을 계산할 때 대출 비중은 얼마로 보고 잡나.
▶계=보통 분양가의 50%로 계산한다. 하지만 대출이 많을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경매를 통해 기존 오피스텔을 사면 대출을 80%까지 받을 수 있어 수익률이 더 높아진다. 경매는 기존 시세보다 저렴한 낙찰가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니 한도가 높다.
▶성=중개수수료, 세금 등 추가 비용도 감안한 건가.
▶계=아니다. 수익률은 실투자금 대비 이자 비용 뺀 수익으로 계산한다. 만약 중개수수료를 빼면 한 달 월세가 고스란히 빠진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예상 수익률이 연 6%면 수수료 뺀 실질 수익률은 5.5%가 된다.
▶성=오피스텔은 취득세 등 세금이 비싼 편이다, 게다가 세제 혜택에서도 늘 제외된다. 오피스텔 취득세는 취득 원가의 4.4%로 아파트보다 최대 4배 많다.
▶안=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하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소득 노출 우려 때문에 대부분 싫어하지만 지역에 따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④정답은 발품, 모델하우스 밖에서 찾아라
▶성=지금 같은 불황에서도 ‘청약 대박’을 냈다. 분양 현장에서 본 요즘 분위기는.
▶서=썩 좋지 않다. 예전 같은 대세 우상향은 어려워 보인다. 최근 잘 된 분양시장은 원인을 국지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소위 지역이나 상품별로 상황이 다르다.
▶계=공감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등 투자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적합한 상품은 마땅치 않다. 요즘은 사람들도 상당히 고민하고 선별해서 투자한다. 같은 오피스텔이 나와도 강남역이냐 봉천역이냐 에 따라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안 몰리는 양극화가 심해질 거다.
▶성=분양 사업장은 본인이 보기에도 투자 성공 확률이 높아보이는 곳을 고르나.
▶계=꼭 그렇진 않다. 일부러 리스크를 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미분양 단지나 상가는 하나 팔 때마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성=마케팅할 때 어떤 식으로 투자자를 사로잡나.
▶서=가격이든 입지든 설계든 먼저 상품의 단점을 찾는다. 그리고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예를 들어 “이런 이런 단점이 있지만 우리 상품은 장점이 더 많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성=달인의 마케팅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투자자가 명심해야 할 점은.
▶계=두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수익률이 적정한지 그리고 그게 실제로 들어맞는지 확인하는 거다. 예를 들어 새 오피스텔을 계약하기 전, 모델하우스를 나와서 직접 몇 바퀴만 돌아보면 안에서 얘기하는 게 거짓인지 진실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차장에서 차 타고 들뜬 기분으로 그냥 돌아간다.
▶안=발품을 팔아야 한다. 투자는 미래 가치를 예상하는 일이다. 개발 호재 등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당연히 확인해야 한다.
▶서=연 10%대 고수익률 등 포장된 말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은행 예금 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의 수익률이 실제로 나올 수 있는 물건을 택해야 한다. 적어도 주변의 4~5곳을 비교하고 전문가를 찾아가 여러차례 물어보면 기대했던 수준의 투자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