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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에 가다]①힉스입자 발견, 한국 연구진 기여 컸다

김혜미 기자I 2013.11.11 00:41:12

힉스입자 발견된 CMS 검출기 부품, 한국서 제작·공급
CMS 부대변인 "한국팀, 예상보다 큰 기여..강력한 팀"

[제네바=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올해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에게 이론 발표 49년 만에 노벨물리학상을 안겨 준 ‘힉스입자(Higgs boson)’의 발견에는 한국 연구팀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 연구팀의 연구성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주목된다.

지난 10월28일 올해로 14회를 맞은 ‘한국-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모인 한국 연구팀은 기자와 만나 “CERN의 힉스 발견 연구에 한국 연구팀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힉스 입자 발견은 조금 늦어졌을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수용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와 티지아노 캄포레시 CMS부대변인이 CMS 검출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사진 : 김혜미 기자)
한국 연구팀은 현재 CERN 내 대형 검출기 실험팀 가운데 새로운 입자를 찾는 데 주력하는 CMS팀과 최초의 우주상태를 재현하는 데 주력하는 앨리스(ALICE)팀 등 2개 팀에 참여하고 있다. 실험팀별 규모에 맞춰 CMS팀 내 한국인 참여인원은 한국팀 대변인인 최수용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를 포함,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와 유인태 성균관대 교수 등 약 80명, ALICE팀 참여인원은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와 강주환 연세대 교수, 김세용 세종대 교수 등 40명 정도다.

이 가운데 CMS팀은 지난해 일본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는 CERN내 경쟁팀인 아틀라스(ATLAS)팀과 비슷한 시기에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연구팀 역할과 관련해 최수용 고려대 교수는 “한국 연구팀은 CMS검출기의 전방과 중앙, 후방에 설치되는 ‘뮤온입자검출기’ 가운데 전방과 후방 부품을 만들어 공급했고, 여기에서 힉스 입자의 신호가 발견됐다”며 “본래 이탈리아에서 전부 공급하던 것이지만 우리 기술력을 인정받아 부품이 대체된 것”이라고 말했다.

CMS검출기 실험에 참여한 연구자 명단이 국가별로 표기돼 있다. 오른쪽 하단부에 한국인 연구자 명단이 새겨져있다.(사진 : 김혜미 기자)
특히 CERN 내 실험팀의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한국팀의 기여도는 더 커진다. CERN은 연구성과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실험팀간 경쟁구도를 구축하는데, 이 때문에 1990년대 ATLAS팀과 CMS팀의 검출기 성능이 비슷하게 맞춰진 뒤에야 승인을 해줬다. ATLAS팀과 CMS팀이 거의 동시에 힉스 입자 발견 성과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양팀의 검출기 수준을 비슷하게 끌어올리고, 경쟁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한 데에는 한국 연구팀의 참여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한몫 했다.

3600여명에 이르는 CMS팀을 대변하는 티지아노 캄포레시 CMS 부대변인은 “한국팀은 CMS팀 내 비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고 기여도가 대단히 좋다. 처음 참여했을 때보다 많이 성장했고, 예상보다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CMS팀 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강력한 팀”이라고 말했다.

생성된 힉스 입자가 붕괴되는 모습을 그린 시뮬레이션(CMS, CER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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