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22일(현지시간) 유럽증시가 오랜만에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다. 9일 연속으로 이어진 오름세에 차익매물이 쏟아졌고, 다음달부터 실시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앞두고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었다.
이날 범유럽권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는 전일대비 0.7% 하락한 318.71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0일만에 첫 하락이었다. 국가별로도 영국 FTSE100지수가 0.4% 하락했고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도 각각 0.4%, 0.9% 내려갔다. 특히 이탈리아 FTSE MIB지수와 스페인 IBE35지수는 2.3%, 1.9% 각각 하락했다.
유럽쪽에서 경제지표가 잇달아 개선됐지만 큰 호재가 되진 못했다. 스페인이 2년만에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며 긴 침체기에서 벗어났고 영국도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 소비자 경기신뢰지수도 2년 3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는 지수 낙폭을 제한시키는 정도였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부터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파산이 필요한 은행들을 파산 처리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은행주들의 하락압력이 거셌다. 중국에서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중단되면서 은행간 대출 금리인 시보(Shibor)금리가 급등하고 있고, 대형 은행들의 대손 충당금 급증에 따른 부담으로 중국 증시에서 차익매물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부담이 됐다.
아울러 미국에서 발표된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의 실적 악화와 연간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야기했다. 또 8월 수입물가가 두 달째 상승했지만, 상승세가 줄어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낮았고 전국 집값도 19개월째 올랐지만 상승률은 둔화됐다.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부실한 은행들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스페인 방키아가 4% 가까이 하락했고 영국 HSBC가 1.7% 떨어졌다. 도이체방크도 1% 이상 하락했다. 10억달러 이상 과징금이 예상되는 래보뱅크도 하락했다.
온라인 소매업체인 ASOS는 연간 이익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차익매물로 인해 3% 가까이 하락했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역시 중국에서의 매출 부진으로 인해 주가가 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