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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팬택 '최고 야전사령관',이용준 국내마케팅본부장

류성 기자I 2012.11.22 00:00:00

'살아남는자가 강한자', 2년안 메이저 부상이 목표
'선택과 집중, 스피드 경영'이 팬택의 성장 비결
살아 꿈틀대는 벤처기업의 도전 정신이 강점

[이데일리 류성 선임기자]“팬택의 성장비결이요? 한마디로 한발 앞서 가는 스피드 경영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봅니다.”

팬택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이용준 국내마케팅본부장(전무)은 “덩치가 작은 팬택의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이 시장에서 먹혀 들면서 회사의 도약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삼성전자(005930)·애플 등을 상대로 당당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팬택. 더욱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워크아웃이라는 ‘족쇄’를 차고도 이들 거대 기업과 ‘맞짱’을 떴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팬택의 저력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기적의 한 복판에 이 본부장이 있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휴대폰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팬택의 최전방 전선(戰線)인 국내 시장을 총책임지고 있다. 팬택으로서는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올리는 국내 시장에서 밀리면 회사의 생존이 위험해지게 된다. 팬택의 미래가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팬택에서 명실상부하게 ‘최고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의 진두지휘로 팬택은 현재 국내에서 LG전자(066570)와 2위 자리를 다투며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전문업체인 팬택의 이용준 국내마케팅본부장(전무)은 “팬택의 약점인 작은 덩치를 오히려 스피드 경영 및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승화시켜 회사의 핵심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택의 사활이 달린 가장 중요한 국내 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회사 내에서 ‘최고 야전사령관’으로 통한다. 권욱 기자


◇ 살아 꿈틀대는 벤처기업의 도전 정신이 팬택 성장의 원동력

‘못 팔면 죽는다.’

이 본부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 20층 벽면에 걸린 플래카드에 큼직하게 쓰여있는 구호다. 영어 문구나 목표 숫자 등으로 거창하게 치장된 다른 회사들의 캐치프레이즈보다 직설적이고 단순하다. 회사의 절박감이 물씬 풍긴다.

“작은 덩치로 거대 기업들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며 “대다수 직원들이 배수진 (背水陣)을 치고 경쟁사들에 밀리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비장한 각오로 일한다”고 팬택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본부장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팬택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후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뒤따라 온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벤처기업의 도전정신과 스피드 경영이 살아 꿈틀대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팬택이 경쟁사들을 제치고 처음 과감하게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로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시(2010년4월) ▲ 피쳐폰 제조를 완전히 중단한 후 스마트폰으로의 전환(2011년5월) ▲ 5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출시(2011년7월) ▲ LTE(제4세대 이동통신기술)폰 전환 (2011년11월) 등을 꼽았다.

하나같이 회사의 운명을 건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업 규모가 작아 다른 큰 기업처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단 한 번도 그릇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팬택이 과거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늘려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2009년 950만대, 2010년 1110만대, 2011년 1235만대). 그렇다고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 팬택은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내려왔지만 앞으로도 그것이 가능할까. 단 한번의 판단 실수가 팬택에게는 치명적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용준 팬택국내영업본부장은 “현장과 고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과장, 차장급 실무진들이 제품 디자인과 사양을 직접 결정하는 기업문화가 팬택이 젊어지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권욱 기자


◇현장을 최우선시하는 ‘현장 밀착형’ 기업문화가 강점

“그동안 사업의 명운이 달린 중대한 판단을 올바르게 해온 것이 천운이 좋아서 된 것은 아니다”며 “현장에 발을 딛고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항상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팬택에서는 중요한 사업 현안을 현장과 고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과·차장급 실무진들이 직접 결정하는 기업 문화가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걸핏하면 그룹의 오너까지 나서 제품의 디자인이나 사양을 결정하는 경쟁 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9월 출시한 베가R3 신모델의 디자인이나 주요 제품 기능도 이 제품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젊은 직원들이 결정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이 제품에 대한 주요 결정을 직접 내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경영진들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이들의 의견을 수용한다”고 내부 기업문화를 소개했다. 팬택이 국내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젊은 이미지로 젊은 층에게 특별하게 사랑을 받는 비법이다. 실제 팬택의 20~30대 고객 비중은 70%를 웃돈다. 50%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요즘 스마트폰 업계 현황을 표현하는 문구다. 특히 팬택과 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마트폰 업체는 갤럭시(삼성전자)나 아이폰(애플) 열풍이 가라 앉을 때까지 살아남는 게 급선무다.

이 본부장은 “현재 수 많은 제조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은 길어야 2년 이내 재편되면서 경쟁 구도가 단순해질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시장 변화에 유연성과 스피드를 가지고 대응해 살아남으면 메이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확신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삼성전자가 70% 가량 점유하고 있는 특이한 국내 상황은 오래갈 수 없다”며 “시장이 급변할 때가 삼성전자에게는 위기겠지만 우리에게는 큰 기회”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한 회사가 특정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정 비중을 유지하면서 제조 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게 소비자이게도 이익“이라는 ‘팬택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 이용준 팬택 국내마케팅본부장(전무)은 1965년 서울 흑석동에서 태어났다. 89년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간판을 내린 LG반도체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G전자 기술전략팀, SKTT 상품기획팀을 거쳐, 팬택이 SKTT를 합병하면서 팬택의 전략구매실장과 상품기획실장 등을 맡았다. 회사 내에서는 젊은이 못지 않은 강한 체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창의적인 마케팅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스타일이어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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