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의식해 출고가를 경쟁적으로 높여서 발표하는 데다, 유통 과정에서 붙는 각종 장려금과 리베이트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은 출고가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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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주요 휴대폰 커뮤니티들에 따르면 팬택이 지난 11일 출시한 KT용 베가레이서2 제품은 현재 할부원금 25만~30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할부원금이란 고객이 휴대폰을 개통할 때 해당 휴대폰에 대해 내야하는 실제 금액이다. 예컨대 30만원의 할부원금으로 2년 약정을 맺은 고객은 요금 외에 한달에 1만2400원의 할부금을 24개월간 나눠 내게 된다.
출고가 91만3000원짜리 베가레이서2의 할부원금이 일주일만에 30만원까지 떨어진 것은 KT와 팬택이 보조금 지급을 염두에 두고 출고가를 부풀려 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베가레이서2에 장려금·리베이트 명목으로 붙어있는 보조금이 50만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공정위로부터 지적받은 `출고가 뻥튀기` 현상의 재연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부풀린 출고가를 보조금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제공해 소비자가 비싼 제품을 싸게 산다고 착각하도록 기만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실제 가격이 63만9000원인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합심해 94만9000원짜리 고가 폰으로 둔갑시킨 뒤, 그 차액을 고객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속여 왔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 3사는 총 453억3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정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출고가 뻥튀기`가 2개월만에 부활한 것은 이 같은 판매 방식이 제조사와 통신사 모두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팔면 통신사들은 휴대폰 값을 깍아준다는 명목으로 고객들을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인할 수 있고, 제조사 입장에선 ''비싼 만큼 고급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제품이 갖는 가치와는 상관없이 경쟁사의 제품 가격을 토대로 출고가를 책정하는 관행과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도 출고가 뻥튀기가 만연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택 베가레이서2의 경우 보조금 지급 등을 감안해 출고가를 91만3000원으로 부풀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팬택 베가레이서2의 적정 가격은 50만~60만원대"라고 꼬집었다.
팬택 관계자는 "베가레이서2는 기존 휴대폰 보다 낮은 금액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신제품"이라며 "LTE 가입자 수가 적은 KT가 고객 유치를 위해 베가레이서2에 많은 보조금을 붙여 판촉용으로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 측은 "휴대폰의 출고가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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