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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연구원..박사급 이탈·이벤트 집중

김현아 기자I 2012.02.20 06:01:01

한국의 헤리티지 연구소 되겠다지만..박사 21명에 불과
KERI 포럼 재출범..전경련 교육사업과 중복 논란
예산은 전년대비 27억 늘어..재원구조 독립화·전문가 영입 신경써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로 창립 31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올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한경연을 향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정책연구소로 발전시켜 나가라"고 주문했지만, 한경연 내·외부에선 박사급 인력의 대거 이탈과 중장기적 연구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 열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경연이 선거 정국에서 '단순한 대기업 옹호주의자'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재원구조를 바꿔나가는 동시에 홍보 보다는 자유시장경제에 부는 위기론의 본질과 대안에 대한 심층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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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급 21명으로 한국의 헤리티지 연구소 된다?

▲ 최병일 한경연 원장. 지난 해 12월 새 원장으로 부임했으며,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체신부 장관자문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 방송통신위원회 공익성심사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 FTA 민간대책위 민간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최병일 한경연 원장은 최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일 사망뉴스이후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SERI)보다 먼저 자료를 냈다"면서 "스피드 경쟁에서 이기고 싶었는데 가장 먼저 했다. 한국의 헤리티지 연구소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연구소는 보수 이념의 자유시장경제주의 연구집단으로, 학자·국회 보좌관 출신 등 연구원만 200명에 달하고 전세계에 20만명의 개인기부자가 있을 만큼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경연은 지난 해 전임 원장의 급작스런 사퇴를 전후로 이주선 선임연구위원이 SK경영경제연구소로 이직하는 등 최대 27명에 달했던 박사급 연구원이 지금은 21명에 불과하다. 최 원장이 근무한 바 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박사급 등 전문가 숫자 뿐 아니라 헤리티지 재단과 한경연은 거버넌스 부터 다르다"면서 "헤리티지는 펀드수익과 20만 명에 달하는 개인 기부자로 운영되며 법인 기부금은 10%도 안 돼 특정 기업으로 부터 자유롭다는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 대표이사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정병철 부회장, 최병일 원장이며, 이사회에 삼성, 현대차(005380)SK(003600), LG(003550) 등 4대 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 KERI 포럼 재출범..연구소인가? 협회인가?

최병일 원장은 "올해 예산이 지난 해 83억원에서 110억원으로 늘어난 걸 계기로 기획조정기능 및 언론 접촉 강화, 사업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한경연 포럼'을 'KERI 포럼'으로 재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KERI 포럼은 지식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올해 중요 화두가 된 '리더십'이 주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2월 23일)과 김성근 전 SK 감독(3월) 등이 강사로 나선다.

하지만 전경련 교육사업과 중복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찮다. 전경련 관계자는 "KERI 포럼의 전신인 한경연 포럼의 경우 비효율성 논란으로 중지됐는데, 다시 KERI 포럼을 한다는 게 연구소 기능에 맞는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씽크탱크로서 한경연의 역할이 중요한 데, 이는 폴리페서 같은 방식이 아니라 독보적인 연구 성과물에 기반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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