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공정책, 꼼수보다는 정석으로

김윤경 기자I 2011.12.13 10:15:00
[이데일리 김윤경 국제부장] 장보기가 두렵다. 생활물가가 너무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로 "월급과 아이 성적 빼고는 모두 (가격이) 올랐다"고들 한다. 여기에 전기요금이 올랐고, 상하수도 요금과 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도 곧 줄줄이 인상됐거나 될 예정이다.

일단 큰일났다는 생각부터 든다. 이미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4%를 넘어섰는데 물가인상 요인이 더 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공공요금은 생활물가가 오르는 것에 비해 상당히 억제돼 왔던 게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에 연동돼 오르고 국제 밀 가격이 오르면서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소비재 가격을 올렸던 것에 비해 꽤 오랫동안 공공요금은 제자리였다.

그러다 뒤늦게 전기요금이 올 한 해에만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인상됐다.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꼼수라는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며 시장 메커니즘을 벗어나게만 두는게 상책일까. 우리나라처럼 전열기 사용이 유행하는 나라도 드물 만큼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국민들의 전기 사용이 절약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정부 설명도 사실이긴 하다. 한국전력의 적자도 계속돼 왔다. 그러다보니 한전은 고육지책으로 내부 보수비용을 대폭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었지만 이는 다시 정전 대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즉 시장 가격을 왜곡하다 생긴 염증은 언제든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에서 결정되는 휘발유 가격을 억제하려 했던 것도 시장을 무시하려 했던 대표적인 정책이다. 당시 해당 부처 장관은 자신은 회계사 출신이라며 직접 원가를 계산해 보겠다고 나섰다.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홍글씨가 붙어버린 정유업체들이 결국 줄줄이 기름값을 내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재정위기는 남 얘기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채무 비중이 유럽에 비해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공공부문의 부실화는 미래 국가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얘기다.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려 했다가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른 유럽 정부들은 이제 와 뒤늦게 연금과 건강보험, 교육 부문에 대한 지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일부는 정권이 교체됐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공공정책을 시장 메커니즘에 맞게 적절히 운용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는 민영화된 한전에 개입해 전기요금 동결로 부실화를 초래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를 연달아 올려 민심이반을 초래하는 악수(惡手)를 뒀고, 멀쩡히 흑자를 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또 팔아 민영화한다고 한다. `친시장`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웠던 것이 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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