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부진을 거듭 중이다. 미국 경제는 다시 소트프패치(일시적 침체후 회복)와 더블딥(이중침체)의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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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2008년 1.59달러에서 지난달 13일 3.71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오름세는 주춤하다. 하지만 미국 가정의 소득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2%에서 5%까지 높아졌다.
물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회복세는 뭔가 부족한 듯한 빈혈증세를 보였다. 빈 곳이 계속 채워지지 않으니 추가 동력은 자연스럽게 소진됐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는 삐걱거리면서 일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왔다.
현재 미국의 주택과 고용시장은 모두 빈사상태를 겪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여전히 집값이 대출금액을 밑도는 깡통주택이 즐비하고 실업률도 9%선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지난 주말 실업률이 다시 반등한 것은 다시금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택과 고용시장 부진 뒤에는 위기가 안긴 엄청난 부채 더미가 있다. 부채는 소비를 막았고 결과적으로 주택과 고용시장을 옥죄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분기 당시 미국 가계는 전체 소득의 127%에 달하는 부채를 빌려 집과 차를 샀다. 이후 돈을 벌어 빚을 갚는데 전력을 다했지만 부채 비율은 1990년대 후반의 84%보다 높은 112%에 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장기간 이런 행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적자에 시달리는 정부는 부양책을 펼 여력이 없어졌고 그나마 있던 혜택도 접어야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양적완화를 종료했고 위기 재발을 의식해 규제의 고삐를 죈 후 겁을 잔뜩 먹은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시계도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