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증권 리레이팅]②너도 나도 오르니…

김재은 기자I 2010.12.29 09:20:05

대형증권 3사도 AA+ 등급상향 시간문제
금융업 인플레 더 심각..FSR 등 제공해야

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28일 15시 5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올해 중소형 증권사만 주르륵 등급이 오른 게 아니다. 신용평가사 3사가 모두 대우증권(006800), 우리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등 대형 3사의 등급전망을 `긍정적(Positive)`으로 바꿔달았다. 등급은 AA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8일 "카드 등 타업종과도 비교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대형증권사의 등급이 AA+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심지어 캐피탈사와 카드사가 AA+ 등급을 받는 마당인데, 은행계열 대형 증권사가 못 받을 이유가 어디있냐"고 했다. 결국 증권사들의 등급상향 기저에는 또다시 등급 인플레이션 논란이 자리한다.

◇ 카드 다음 타자는 증권?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삼성카드(029780), 롯데카드, 신한카드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나란히 올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신정평가도 조만간 카드사들에 대한 등급 상향에 나설 예정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올초 카드사와 대형증권사에 긍정적 전망을 붙였다"며 "통상 6개월에서 1년반정도 기간을 지켜본 뒤 큰 방향성에 변화가 없으면 등급을 상향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카드사들이 먼저 등급이 오르는 모양새이지만 대형증권사 3사도 긍정적 전망이 붙은 만큼 원칙적으로 내년 중반이후에는 `AA+` 등급을 달 수 있다는 의미다.

▲ (단위:억원)
신평사측은 카드 3사가 AA+를 받거나, AA+로 상향을 검토중인 주요 이유로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 문제를 계열사(신한지주, 롯데그룹, 삼성그룹)로부터 유동성 백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만에 하나 카드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더라도 계열 지원 가능성으로 사실상 최고등급인 `AA+`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같은 논리는 대형 증권 3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산업은행(대우증권), 우리금융(우리투자증권), 삼성그룹(삼성증권)의 든든한 뒷배경이 있다. 다만 "증권사는 파생쪽 리스크 익스포저가 다르고, 측정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조달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실적 변동성이나 시장의 부침이 카드나 은행에 비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사업안정성 측면에서 증권사들의 이익 창출력이나 수익성이 카드사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외형은 커졌지만 이익창출력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여전업 리스크를 지닌 카드사나, 카드사에 비해 채무상환 능력이 열위한 증권사들이 `AA(긍정적)` 혹은 AA+ 등급을 달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등급 인플레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 시장은 디스카운트..벌어지는 간극

▲ 카드 3사의 자기민평(AA 회사채 기준) 스프레드 추이 (단위:%p)
시장은 금융채들에 대해 이미 동일등급과 1~3노치 이상 디스카운트하고 있다. AA+와 AA 등급을 보유한 카드 3사의 경우 AA 회사채 등급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자기민평 스프레드가 40bp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한 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금융회사 중 은행을 제외하고 카드, 캐피탈, 증권 등의 채권이 동일등급 회사채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며 "금융업의 본질적 변동성이 굴뚝산업 회사채보다 높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평사 측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스프레드(금리차이)가 벌어지고 있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한 신평사 금융업종 담당 연구원은 "제조업에 비해 은행, 카드, 증권 등 금융업 전반의 등급 인플레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사실 AA+등급은 굉장히 높은 등급으로 제조업에서는 받기 어려운 등급"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금융업 자체의 특성상 부실화됐을 경우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제도적 지원 가능성까지 반영해 등급을 매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신평사들이 등급을 매길 때 개별기업보다는 지원가능성 비중이 높아 제시된 신용등급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평사들이 금융위기 전과 후를 다르게 봐서 전반적인 등급 리레이팅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들의 사업구조 패턴이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너무 무리해서 등급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시각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경쟁적인 신평사의 시장구조 등으로 인해 애널리스트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서포팅 레이팅 비중이 높은 만큼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가치 측면에서 독립적인 재무건전성 등급(FSR)을 함께 공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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