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가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시킨 그리스는 내년 세계 경제에 닥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뚜렷하게 대변한다. 위기의 불을 진화시키기 위해 전방위로 쏟아부은 물들이 고여있다 한꺼번에 역류할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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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필두로 포르투칼과 스페인,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는 지뢰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재정적자 위기는 약소한 국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누누히 제기됐듯이 트리플A(AAA) 등급을 자랑하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막강한 힘을 과시했던 국가들의 재정상황도 위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만해도 영국과 미국 모두 예산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11월 재정적자는 203억파운드에 달하며 집계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역시 의회예산처(CBO) 추정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9년 사이 누적 재정적자 규모는 무려 9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사들은 이들이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 등급을 강등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신용등급 하향 시 결과적으로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세계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향후 10~20년간 미국의 차입 완충장치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며 "전례없는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금조달 능력이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이 스스로 정한 내년 44조엔의 국채 발행 상한선에 목을 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국가들이 당장 망할 일은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가 부도 역시 일종의 `대마불사`가 적용되고 있을 뿐 시한폭탄을 안고 가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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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적자위기를 그대로 두고 볼 이들도 아니다. 각국 정부들은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에 나서며 적자 감축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몸집 줄이기는 내년 세계 경제의 가장 절실한 과제 중 하나다. 대신 자칫 허리 띠를 너무 졸라멨다가 회복도 하기 전에 또다른 위기를 키울 수 있어 결코 쉽지 않은 해법을 요구한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CBO가 최근 20년간 적자 전망을 세 번 내놨는데 지난 1993년과 2000년의 연방재정 추정치는 모두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적자를 전망했던 1993년과 달리 미국 재정은 이후 흑자로 돌아섰고 2000년에는 흑자를 예상했지만 현재의 엄청난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1990년대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기업들이 이끈 엄청난 고용창출과 기술혁신이 감안되지 못하면서 오류가 났다. 과거보다 발전 가능성이 더 무궁무진한 지금으로서는 적자를 타개할 또 다른 혁신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위기 속에서 빛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좀더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대신 예측의 정확성 또한 높아진 현재로서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조언도 곱씹어봐야 한다. 막연한 기대가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재정적자 위기를 지혜롭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새롭게 재편될 세계 경제 패권마저 좌우할 수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전세계가 위기와 맞섰던 방식대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생을 모색하는 것 또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