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인터뷰 동안 여러차례 이 말을 내뱉었다. 리스크를 의식하지 않거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어겨가면서 올린 성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게 이 대표 생각이다. 선량한 관리자는 운용역의 책무라는 것이다.
`우리파워인컴` 펀드의 쓰라린 아픔이 이 세마디에서 진하게 묻어났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강한 의지도 동시에 느껴졌다.
◇ `리스크 관리는 나의 운명`..운용역에 늘 강조
취임후 가장 먼저 정비한 것이 바로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강화였다.
사실 리스크 관리는 이 대표가 펀드 매니저였던 시절 늘 제일 우선으로 삼았던 원칙.
이 대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운용역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준수가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며 "주어진 투자가이드를 충실히 지켜가면서 고객 성향에 따라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바로 운용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가 필요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펀드 매니저 후배들에게도 늘 최고의 성과만 낸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헤지펀드로 가라고 조언한다.
◇ CS와 결별후 홀로서기..내년쯤 해외진출 타진
크레디스위스(CS)와의 합작을 정리하고 이제 온전히 우리자산운용으로 다시 태어난 만큼 이 대표는 어느때보다도 의욕적이다.
첫번째 해야할 일 과제로 `우리파워인컴`의 매끄러운 마무리를 들었다. 이 대표는 "작년에 문제가 된 상품들이 손익구조가 사전에 정해져 있는 파생상품형 펀드여서 펀드 운용구조를 중간에 바꿀 수 없었다"며 "다행히 요즘들어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5년 운용업계 상위 3위권에 진입하기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패시브형 상품을 밀어붙일 생각이다. `패시브`는 말 그대로 수동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대표는 "장기투자문화가 점차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고 투자자들의 수수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이에 따라 패시브형 상품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상장지수펀드(ETF). 오는 29일 국고채 ETF 첫 상장을 앞두고 업계 최초로 세미나를 개최한 이유도 이같은 이 대표의 전략에 있다.
이렇게 한국 시장에서 기반을 다져놓으면 해외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이 대표는 "일단 국내에서 먼저 입지를 다지고 그 다음에 해외 시장에 나갈 계획"이라며 "그 시기가 내년쯤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우리금융지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 투자하는 자금을 모아 홍콩이나 싱가폴에 나가 직접 투자하는 식을 고민중이다.
◇ 韓 위기는 늘 기회..지금이 투자할때
한국 증시를 보는 이 대표의 시각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물론 상반기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하반기 조정을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길게 보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박스권처럼 보이지만 땅 밑에서는 파란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선진국들이 상당기간 갈지자(Z) 행보를 보이는 반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은 나이키 형태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위기가 항상 기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환율이 자정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로 환율이 올라가면서 수출업체들이 한단계 레벨업되고 이것이 경제회복의 원천이 된다는 것.
그는 "30년 가까이 금융업계에서 일하면서 보니 위기때 투자하면 반드시 돈을 벌더라"라며 "아직 위기후 완전히 회복을 못한 만큼 아직 투자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대수익률은 좀 합리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가 워낙 고속성장을 해온 탓에 기대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상태다. 그러나 이제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기대수익률도 그에 맞게 낮아져야 한다는 것.
이 사장은 "기대수익률이 워낙 높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위험상품을 판매하고 운용하게 되는데 시장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악화되기도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을 갖고 이에 맞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