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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찾아서)⑬"꿈을 현실로" 현대重 컨테이너선

이태호 기자I 2007.11.22 10:45:00

울트라급 컨테이너선 시장 40% 장악
세계 최대 연구인력으로 첨단 기술 선도
"항공기술 접목한 新선박 준비중"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명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고객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려면 괜찮은 품질과 적당한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쓸만한' 제품들은 얼마든지 널려있기 때문이다.
 
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지난 7월 26일 아침. 울산 앞바다의 한 안벽(岸壁·배를 대는 시설)에 길이 334m의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위용을 드러냈다. 2년여에 걸친 설계와 건조작업을 마치고, 대단원을 장식할 '명명식(命名式)'을 기다리는 것이다.

▲ 국내 최초 1만TEU급 컨테이너선
오전 10시경. 선주(船主)인 중국 코스코사(社) 측이 명명식을 상징하는 은색 도끼를 내려치며 외쳤다. "이 배를 코스코 아시아로 명명하나니…'

순간 뱃머리와 연결된 밧줄이 끊기고, 팡파르와 함께 힘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국내 최초로 건조된 1만TEU(20피트 컨테이너 1만개)급 컨테이너선, 통칭 '꿈의 컨테이너선'(사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만든 이 선박은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대형화와 고속화를 주도할 첫번째 작품. 선체 길이는 63빌딩을 능가하고, 갑판은 축구장 세개를 합친 것 만한 웅장함을 자랑한다.

전 세계 선박의 15%를 '찍어내는' 세계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공업(009540)이 본격적인 '울트라급(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이다.

◇ 울트라급 시장 40% 독식

현재 전 세계에서 건조되는 울트라급 컨테이너선 10척 가운데 4척은 현대중공업의 몫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울트라급 컨테이너선 수주 잔량은 42척.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65척에 이른다. 세계 시장 점유율 38%에 해당하는 규모다.

컨테이너선은 건조 기간이 비교적 짧고, 부가가치는 높은 것이 특징. 1만TEU급의 경우 척당 1억5000만달러(135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영업력을 집중하는 분야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현대중공업의 수주 물량 가운데 60%는 컨테이너선이다(그래프). 전체 선박 수주 잔량 327척 중에는 161척을 차지하고 있다.

◇ "일등 컨테이너선을 만들어라"

"일등 상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사진)은 임직원들에게 늘 일등 상품을 강조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등 상품만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 IMF 경제 위기도 일등 상품의 부족 탓이 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MIT 해양공학 박사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직하고 있는 민 부회장의 이러한 집념은 자연히 연구 인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연구·설계 인력은 세계 최대 규모. 선박해양연구소 등 4개 연구소에 총 500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조선 부문에서는 1300여명의 설계인력을 확보했다. 선주사의 어떤 까다로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결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사들이 선박의 뛰어난 성능과 기술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오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건조한 컨테이너선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7척이 '세계 우수 선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꿈의 선박'이었던 1만TEU급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설계도 완료한 상태다.

◇ 항공기술까지 접목

현대중공업은 현재 최고의 기술력을 증명하기 위한 또 한 차례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항공기술을 접목한 세계 첫번째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일이다.

민계식 부회장은 최근 "항공기술을 결합해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인 첨단 컨테이너선을 독일 선박회사 하팍-로이드로부터 수주해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선박 프로펠러 뒤에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는 날개를 다는 방식. 독일국립선박해양연구소에 조사에 따르면 연료비를 최대 6%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루 1억원대에 달하는 컨테이너선 연료비를 대폭 줄여 해운회사들의 운영 부담을 절감시켜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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