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펀드 `카드납부` 다시 논란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우리나라는 카드 보급율이 70%에 육박하는 소위 카드 선진국이다. 하지만 카드수납이 법제화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않는 `성역(聖域)`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험사와 은행·증권사 등 `돈을 다루는` 금융회사들이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 재경부·감독당국 "보험사도 가맹점..카드 받아야"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법령대로 카드를 받으라`고 각 보험사에 지도공문을 보냄으로써  금융상품의 카드결제 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8일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나 그 대리점도 엄연히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신용카드 가맹점"이라며 "카드 납부를 거부하지 말라고 지도했다"고 밝혔다.

이상규 재경부 중소서민금융과 사무관도 "법령상 보험사는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돼있다"며 "이 같은 원칙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법령을 준수하겠다`고 수용하면서도 일부 보험료는 신용카드 납부가 불가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치중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은 지난 17일 "장기보험의 경우는 저축성격이 크다"며 "이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예금을 카드로 가입하겠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가입초기 계약료 정도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순 있겠지만, 계속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받으라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장기보험 이외에 일부 상품의 경우 카드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초기 한정된 기간에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이 역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므로 계속 지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 "예금·펀드는 신용카드 안돼..체크카드 가능토록 하겠다"

예금·펀드대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재경부와 감독당국의 시각은 분명하다. 외상거래, 즉 `신용창출`이 주기능인 신용카드로는 안된다는 것.

그러나 본인 통장에서 바로 결제대금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로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경부와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예금과 펀드대금 등을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도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체크카드 사용 활성화를 위해 예·적금, 펀드, 주식 등을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현금을 자동화기기(CD·ATM)에서 찾아 금융상품 대금을 치르는 불편도 한결 덜어질 전망이다.

◇ 활성화 관건은 결국 수수료와 비용 문제 

그러나 카드로 금융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든 체크카드든 현금결제에 비해 적게는 1~2%, 많게는 3~4%의 수수료를 해당 금융회사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보험료의 경우 수수료 부담 때문에 카드결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금융회사도 하나의 가맹점이므로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예금과 펀드, 주식대금을 체크카드로 결제토록 하겠다는 계획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선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결제대금의 1~2% 정도인 체크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다, 단말기 설치도 추가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 등은 단말기 등 카드결제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가 카드결제를 꺼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소비자를 위해 신용·체크카드 결제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