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근모기자] `증세`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결국 여당의 참패로 귀결됐던 지난 5월31일 지방선거전 와중에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세금인상`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 정부는 해외의 부가가치세 인상사례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은 바 있어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부의 증세연구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국민들은 복지확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세부담이 늘어나는데는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서치21에 의뢰해 `세금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 및 수용도`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7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 면접 방식으로 실시된 이 조사는 `증세논란`이 고조되며 지방선거전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한 지난 5월22일 시작돼 다음달 9일까지 3주동안 진행됐다.
이 조사에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국가 장기적 계획에 따른 증세 필요성 여부 △근로소득세 납부자 확대, 부가가치세 납부자 확대, 담배세·주류세 인상 등 증세 방안 △현재보다 더 높은 세금부담 수용 여부 △현 조세정책의 주요 문제점에 관한 의견 등을 물었다.
리서치21이 지난 6월 재경부에 제출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복지혜택을 높이기 위한 증세방안`에 대해 평균 3.20점(5점 만점)의 수용도가 나왔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어느정도 수용의지를 보였으나, 수용도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증세안에 동의한 응답자 비중은 42.5%였으며, 동의하지 않은 경우는 24.7%였다.
"지금보다 복지수준을 더 높이기 위해 세금부담이 커진다면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수용도는 평균 2.95점으로 측정돼 "의지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31.3%였고,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답변은 31.9%로 집계됐다.
증세논란을 촉발했었던 주류세와 담배세 인상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담배세 인상안에 동의한 비율은 61.6%로 반대의견 25.6%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으며, 이에따라 수용도 역시 평균 3.61점에 달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대해 주류세를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평균 3.61점의 수용도를 나타냈다. 찬성이 62.2%, 반대는 23.3%였다.
국가 장기적 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방안과 관련, 응답자의 77.2%는 `국채발행 확대로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현 세대가 직접 세금을 부담`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한편, 이 설문조사와 별도로 지난 6월중순 재경부는 계명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로부터 `해외의 부가가치세 인상사례`를 연구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은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국가경제적으로 큰 규모의 재정지출 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조세를 통해 조달해야 할 경우 부가가치세(인상)가 유일한 대안일 가능성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단에 관련기사)
정부는 지난 8월말 발표한 「비전2030」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 복지지출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오는 2011년부터는 세금을 더 걷거나, 나라빚을 더 내거나, 증세와 국가채무 확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당시 정해방 기획예산처 차관은 "우리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2010년까지는 추가적 증세 없이 소요재원을 충당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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