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나스닥지수가 3주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매판매실적(화요일), 소비자물가지수(수요일) 등 중요한 경제지표의 발표를 앞두고 금리인상 행진이 과연 끝난 것인지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대두된데다 그동안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의 수익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확산된 탓이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시트릭스의 수익악화 전망 발표가 이같은 우려를 확산시키면서 첨단기술주의 매도를 불러왔다. 최근 너무 큰 폭으로 오른 첨단기술주에 대한 매도압력이 상존해있는 상황에서 시트릭스가 촉매가 돼 첨단기술주의 대거 매도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첨단기술주들이 대거 약세로 밀리면서 나스닥시장이 급락,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까지 약세로 밀어넣어 모든 지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06.93포인트, 2.76% 하락한 3,767.91로 장중 최저치에서 마감됐고, 다우지수는 오전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오후들어 하락세로 밀려 49.85포인트, 0.47% 하락한 1만564.21로 끝났다.
대형주위주의 S&P 500 지수는 10.95포인트, 0.75% 하락한 1,446.00을, 소형주위주의 러셀 2000지수는 14.55포인트, 2.78% 떨어진 508.51을 기록했다. 뉴욕 전체 상장종목의 99%를 포괄하는 윌셔 5000 지수는 153.65포인트, 1.13% 하락한 1만3,491.25였다.
내일(화요일)과 모레 발표될 소매판매실적과 소비자물가지수를 앞두고 이날 뉴욕 증시는 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오는 27~28일의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발표되는 가장 중요한 지수인 소매판매실적과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켜본후에 투자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관망세가 많았던데다 최근 2주일동안 급등한 첨단기술주들의 이익실현 매물이 많이 쏟아져나와 시장분위기를 약세로 밀어넣었다.
비리니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뉴욕 증시 상장종목중 지난 10일간 상승종목이 4,189개에 달해 지난 99년 4월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뉴욕 증시가 매입초과(overbought)상태에 놓였다는 의미로 단기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의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수익 악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도 소프트웨어업체인 시트릭스가 2.4분기 실적 부진예상을 발표, 소프트웨어 등 첨단기술주의 매도세를 불러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내일과 모레의 지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뿐 시장분위기가 갑자기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도 거래가 극히 부진한 가운데 일부 매도세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을 뿐 매도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은데서 알 수 있듯 대부분 투자자들은 관망세라는 것이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정유, 제약, 유틸리티(공공재)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최근 오락가락하고 있는 은행주는 이날 초반 상승세를 보이다가 막판에 혼조세로 밀렸다. JP모건은 오른 반면 시티그룹은 보합였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하락했다.
정유주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증산 연기전망에 따라 원유선물가격이 크게 오름에 따라 강세를 보였다. 전형적인 안전주로 꼽히는 제약주는 이날 성장주인 첨단기술주가 하락함에 따라 투자자금이 안전판인 제약주로 몰리면서 상승했다. 아무리 금리가 인상되고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아픈 사람은 여전히 나오게 마련인 만큼 제약주의 안정성장세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많이 하락한 업종은 유통, 제지, 바이오테크 등이었다.
다우지수 산정종목중에서는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나스닥상장종목이면서 다우지수 산정종목임), 홈데포, 월마트 등이 지수를 크게 끌어내렸고, 엑슨모빌, 필립모리스, 이스트먼 코닥 등이 지수하락폭을 다소 줄였다.
나스닥시장에서는 시트릭스가 수익악화 전망을 발표, 45%이상 폭락하면서 소프트웨어, 인터넷, 반도체 주가의 하락을 초래했다. 또 시스코 등 대형 첨단기술주들도 그동안의 주가 상승분을 실현시키기 위한 이익매물이 나오면서 약세를 면치못했다.
나스닥의 경우 거의 모든 업종이 약세였다. 특히 1.4분기 실적 하향조정으로 인해 폭락했다가 최근 급등했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날 다시 30%이상 폭락했다. 최근 한달새 2배이상 올랐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쉴레이크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실적호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급락했다.
다만 광섬유(화이버 옵틱스) 원료 제조업체인 코닝이 2.4분기 실적 호전을 발표하면서 큰 폭으로 오른데 힘입어 JDS유니페이즈, SDL, 시에나 등 광섬유관련업체들이 대거 상승했다. 코닝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종목이지만 대부분 광섬유업체들은 나스닥시장에 몰려있다.
또 중국 유니콤에 CDMA 기술수출계약 발표이후 일주일이상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퀄컴은 이날도 4.74% 올랐다. 2주일전 퀄컴의 폭락을 불러왔던게 유니콤의 퀄컴 기술 불채택가능성 시사였다. 유니콤이 퀄컴을 지옥문턱까지 떨어뜨렸다가 다시 구름속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거래량은 뉴욕 증권거래소 7억5,600만주, 나스닥시장 12억7,000만주로 부진한 편이어서 투자자들이 내일과 모레의 경제지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