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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등 해도 괜찮아" 여제 일으킨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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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희 기자I 2026.10.30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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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응원에 자신감 찾은 고진영
LPGA 역대 최장 세계랭킹 1위
손 부상에 체력 저하까지 겹치며
올 시즌 18개 대회 7차례 컷 탈락
"결혼 후 스트레스 줄고 안정 찾아"
29일 개막 메이뱅크 챔피언십 출격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꼴등 해도 괜찮아. 고진영은 고진영이야.”

고진영이 지난 16일 경기 이천시의 H1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1라운드 플레이 중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고진영이 지난 16일 경기 이천시의 H1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1라운드 플레이 중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한때 세계 여자골프를 호령했던 고진영은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남편의 응원 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이제는 우승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골프와 삶의 균형을 찾으며 내년 시즌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고진영은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 스타다. 2017년 국내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발판으로 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9년에는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4월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하며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이후 △2019년 4승 △2020년 1승 △2021년 5승 △2022년 1승 △2023년 2승 등을 거두며 LPGA 투어 통산 15승을 쌓았다. 메이저 우승도 2차례나 있다.

LPGA 15승…전성기 뒤의 시련

특히 2019년 4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통산 163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며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보유했던 종전 최장 기록(158주)을 넘어섰다.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고진영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2024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 없는 시즌을 보냈다. 당시에는 CME 포인트 랭킹 12위에 올라 여전히 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39위로 밀려난 데 이어 올해는 92위까지 떨어졌다. 18개 대회에서 7번 컷 탈락했고 ‘톱10’은 한 번에 그쳤다. 시즌 초 손 부상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했다.

최근 만난 고진영은 “내가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훈련해 왔는지, 지금 내 나이와 상황에서 더 나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고진영은 비슷한 과정을 먼저 겪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체력 문제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체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골프 외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3월 외국계 투자은행에 다니는 4세 연상의 남성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혼여행을 미루고 투어 활동을 이어갔지만, 결혼 준비로 골프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결혼 자체는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고 한다. 고진영은 “결혼 후에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며 “이제는 골프만 잘하는 것보다 인생의 여러 부분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삶이 한층 풍요로워졌다”고 언급했다.

힘들 때마다 남편이 건넨 조언이 버팀목이 됐다. “당신의 상실감과 허탈함마저도 세계 정상에 올랐던 선수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이다”. “지금까지 당신이 이뤄낸 성과에 감사했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말이 큰 힘이 됐다. 고진영은 “정말 좋은 사람과 결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승도 좋지만 과정 즐기고 싶어”

선수 생활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지만,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골프를 즐기고 후배들에게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고진영은 “이제는 우승이라는 결과만큼 그 과정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면서 기본기를 다시 돌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29일 말레이시아에서 개막한 LPGA 투어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남은 일정을 소화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고진영은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다시 우승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고진영이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사진=AP/뉴시스)
고진영이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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