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이유]는 법원 판결문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한다. 한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법원이 책임과 결과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따라간다.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판결문에 남은 기록을 통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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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청주지법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김성률)는 상간녀가 남편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아내가 상간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시점이다.
2심 재판부는 민법 제766조1항에 따라 아내가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내 손해배상을 제기해야 하는데 3년의 시점이 지났다고 봤다. 아내가 외도 등 부정행위를 안 시점은 2017년이고, 아내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2년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기하기엔 이미 날짜가 지났다는 상간녀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이다.
민법 제766조1항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 등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그러나 여기서 아내는 반박한다. 이 손해배상 청구권은 외도 그 자체가 아니라 외도로 인해 결혼 관계가 깨져서 이혼에 이르게 된 데 따른 위자료 청구라는 주장이다.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의 출발점은 이혼한 2023년 7월 20일에 있다는 게 아내의 주장이다.
2심 재판부는 민법 제806조, 843조에 따르면 이혼 위자료 청구소송은 배우자에게만 적용되고 상간녀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근거 자체가 없다고 봤다. 806조는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 대해 이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심 재판부는 상간녀에게 이혼 시점부터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게 될 경우 상간녀는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타인의 이혼에 따라 언제든 책임을 질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10년, 20년 전의 외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그러니 외도로 인한 피해자, 즉 아내가 외도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상간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면 되고, 이는 아내가 종전의 결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할 수 있다고 봤다.
아내 입장에선 ‘외도를 안 지 5년 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는 게 모든 것을 갈라버린 것이다. 같은 사실 관계를 두고도 1심은 상간녀에게 1200만원을 아내에게 주라고 판결했고, 2심은 한 푼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에게 남게 된 것은 오히려 소송비용 부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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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심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봤다. 2심은 아내가 상간녀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외도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내가 상간녀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두 가지로 봤다.
첫 번째는 ‘이혼의 책임을 묻는 위자료 청구’소송이다. 외도로 인해 내 결혼 관계가 파탄이 났으니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 배상을 하라는 청구다. 두 번째는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결혼 생활 중 벌어진 외도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이다. 이혼하지 않고 결혼을 유지한 외도 피해자도 낼 수 있는 소송이다.
이 두 가지 소송은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도 제기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상간녀에게 제기한 소송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다.
아내가 낸 소송은 ‘이혼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묻는 위자료 청구’ 소송이기 때문에 이혼 후에야 손해가 확정되니까 3년의 소멸시효도 이혼 후부터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아내가 제기하지도 않은 ‘결혼 생활 중 벌어진 외도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것이므로 잘못된 판결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혼 위자료를 이혼에 이르게 한 불법행위 전체에 대한 배상으로 보고, 상간남·상간녀에게도 이를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도 오랜 세월 자녀 등을 이유로 결혼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다가 이혼한 사람도 상간남·상간녀를 대상으로 이혼에 따른 위자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외도와 결혼 관계 파탄 사이의 인과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외도가 일어나기 전에도 이미 결혼이 실질적으로 파탄 난 상태였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남편의 외도, 뒤늦은 소송”[그날의 이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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