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 옆에서 홀로 숨진 2살 아들…544시간의 방치[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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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연 기자I 2026.02.03 00:00:05

20개월 아기 집에 두고 1년 60회 외박
음식·물 없이 장시간 방치…결국 사망
1심 징역 15년→대법원 징역 11년 확정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3년 2월 3일 생후 20개월 아이가 한겨울 집에 홀로 남겨진 채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아이가 사실상 음식과 물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숨진 B군이 발견된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 (사진=뉴시스)
사건은 2023년 1월 3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시작됐다. 당시 A씨(24·여)는 생후 20개월 된 아들 B군을 집에 혼자 남겨둔 채 외출했다.

A씨는 김으로 싼 밥 한 공기만 남겨둔 채 추가적인 음식이나 물을 B군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A씨가 다시 귀가한 것은 약 60여 시간이 지난 2월 2일 오전 2시였다.

혼자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없었던 B군은 엄마인 A씨를 홀로 기다리며 극심한 배고픔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끝내 숨졌다.

당시 B군은 상의만 입은 채 천장을 본 상태로 숨져 있었다. 얼굴과 목 주변에는 구토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었으며 사망한 지 시간이 꽤 흘러 얼굴과 몸 부위 변색이 시작된 상태였다.

이 사건의 특징은 방치가 단발성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는 2022년 1월 남편이 집을 나간 후 B군을 혼자 키웠다. 처음에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 정도 아기를 집에 혼자 두고 동네 PC방에 다녀오다가 나중에는 8시간가량 외박을 했다.

PC방 방문 횟수도 한 달 1∼2차례에서 5차례, 8차례로 점차 늘었다.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B군은 엄마인 A씨가 집을 비울 때마다 혼자 남겨졌다.

같은 해 11월 A씨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기며 외박은 더 잦아졌다. A씨는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남자 친구와 강원 속초로 여행을 갔다가 18시간 뒤인 다음 날 오전 귀가하기도 했다.

새해 첫날에도 A씨가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B군은 집에 혼자 남겨졌다.

A씨가 1년간 B군을 혼자 집에 방치한 횟수는 60차례이며 이를 모두 합치면 544시간이었다.

B군은 1년간 제대로 분유나 이유식을 먹지 못해 또래보다 성장이 느렸으며 출생 후 필수 예방접종이나 영유아건강검진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2살 아들을 집에 홀로 방치하고 외출해 숨지게 한 A씨. (사진=뉴시스)
사건 당일 A씨는 남자친구를 만나 식사와 음주를 한 뒤 숙박업소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귀가 후 아이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지만 신고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이뤄졌다. A씨는 포털사이트에 장례식 비용 등을 검색하고 남자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 이후 119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경찰에 긴급 체포된 A씨는 조사에서 집을 비운 기간 동안의 행적과 관련해 “카센터에 일하러 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며칠 모텔에서 잠을 자면서 인천에서 일했다. 처음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일이 많이 늦게 끝났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하지 못했다”며 “집을 나갈 때 보일러 온도를 최대한 높여 놨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의 전 남편도 조사했다. A씨의 진술대로 전 남편은 별거를 시작한 뒤 생활비 명목으로 매주 5만~10만 원 정도를 송금했다는 등 대부분의 진술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그의 전 남편에게는 혐의가 없다고 보고 A씨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아이를 홀로 남겨둔 채 장시간 방치할 경우 사망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고 혐의를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당시 결심 공판에서 “생후 20개월인 아이를 사흘 동안 물 없이 방치했다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이에 A씨는 상습아동학대나 유기·방임 등의 혐의를 부인하며 “전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혼자 ‘독박 육아’를 하면서 아들이 잠들었을 때만 피시방에 갔다 왔기 때문에 방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생후 20개월로 영양 상태도 양호하지 못한 아이를 6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할 경우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 아이를 유기해 살해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아동학대치사로 변경되며 형량이 징역 11년으로 낮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경계선 지능이 있어 사회적 판단력이 빈약하다’는 전문심리위원 소견, A씨가 귀갓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키위를 사 간 점, 아이 발견 후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고려해 확정적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와 검사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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