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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줄 알았던 큐렉소…매출 지도 뒤집고 역전 드라마에 복수까지 '성공'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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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 기자I 2025.11.28 07:30:14

17일 이재준 큐렉소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죽는 줄 알았던 회사가,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한때 매출 62%를 차지하던 인도로부터 ‘한 국가 리스크’ 직격탄을 맞았던 큐렉소(060280)가 불과 2년 만에 매출 지도를 완전히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19일 회사에 따르면, 올해 큐렉소의 국가별 매출비중은 인도 39%, 한국 26%, 러시아 12%, 일본 7%, 말레이시아 5%, 인도네시아 4%, 우크라이나 4%, 파키스탄 2%, 대만 2% 순이었다. 불과 2년 전 인도, 한국, 러시아 등 3개국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큐렉소는 최대 고객사였던 인도 메릴 헬스케어가 지난 2024년 ‘큐비스-조인트’ 짝퉁 로봇을 출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메릴은 2023년에만 55대를 주문했다. 큐렉소의 전체 88대 판매량 가운데 62.5%가 메릴 한 곳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짝퉁 논란 이후 인도 수출이 급감했다. 이 여파로 큐렉소 전체 의료로봇 판매는 45대로 반토막 났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메스(KIMES) 2024’에서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의 시연 장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하지만 올들어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예전처럼 특정 국가 이슈에 실적이 출렁이는 구조가 아니다”며 “매출 국가가 다변화하면서 ‘한 국가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17일 이재준 대표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큐렉소 해외 진출 현황부터 향후 성장 전략까지 심층적으로 살폈다.

일본·대만·러시아, 신규 시장 성과 뚜렷

올해 판매를 개시한 일본에선 매출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일본은 병원 한 곳에 설치를 했고, 한 대는 데모 버전을 판매 했다. 나머지는 연말 프로모션으로 설치는 아직 안됐지만 재고 확보 차원에서 재고 확보 수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큐렉소는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PMDA)으로부터 인공관절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CUVIS-Joint)의 일본 내 제조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 제품의 일본 판매권을 보유한 교세라는 올해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큐렉소는 2023년 4월 일본 교세라와 큐비스-조인트의 일본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대만도 올해 처음으로 의미 있는 숫자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는 “대만은 마케팅용으로 한 대 구매가 이뤄졌다”면서 “한국과 비슷하게 수술로봇에 대한 정부 지원, ‘수가’를 책정하는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 절차가 완료되면 (큐비스-조인트) 매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에선 예상 밖 성과를 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산 의료로봇 금수조치로 큐렉소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여타 국가 인허가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매출 다변화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브라질은 인허가가 나서 판매를 시작했고, 베트남도 거의 완료 단계”라면서 “올해 여러 신규 시장에 이미 발을 걸쳐 놓았고, 내년에는 여기서 올라오는 실적이 조금씩 합쳐지면서 성장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FDA·CE 인허가 카운트다운

큐렉소의 실적 퀀텀점프의 열쇠를 쥐고 있는 큐비스-조인트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CE(MDR) 인허가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대표는 “FDA는 이미 미국 현지에서 일부 테스트를 마쳤고, 이번 주 또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FDA가 추가 정보를 요청한 부분들이 있어 일부는 마쳤고, 일부는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1월 중에는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며 “그러면 심사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안에는 결과가 나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MDR 허가도 임박한 상황이다.

그는 “EU MDR은 12월까지 끝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사소한 자료 요청이 반복돼 있고, 심사 자체도 굉장히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MDR 허가와 관련해 당국이 요구한 내용은 다 제공했고, 지금은 심사기관이 검토 중이다. 큐렉소는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내에 끝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내년 초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남은 지역은 유럽 CE 인증이나 FDA 인허가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는 국가들”이라면서 “(인허가 이후) 서남아시아, 중동, 동유럽, 유럽, 북아프리카 쪽으로 거래선을 훨씬 더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실질적인 글로벌 확장은 FDA 인허가, CE 인증”이라며 “이들 인허가가 확실한 분기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2025년 국가별 매출 비중 변화. (제공=큐렉소)


무조건 ‘오픈 플랫폼’에서 맞춤형 전략 병행

매출 다변화는 단순히 공급 국가를 넓힌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들 국가에 스트라이커, 짐머바이오매트 등의 경쟁사들 제품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큐비스-조인트 제품 경쟁력이 없으면 매출 창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큐렉소는 국가별 맞춤형 플랫폼 전략으로 현지 시장 침투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금 글로벌 톱플레이어인 짐머바이오매트는 자사 (무릎) 임플란트만 쓰게 한다. 스트라이커도 마찬가지”라며 “큐렉소처럼 오픈 플랫폼으로 여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탈리아에 아주 작은 회사 하나 있을 정도”라고 비교했다.

큐렉소는 국가별로 현지 임플란트 업체·대리점과 손을 잡는다. 해당 업체 임플란트와 큐렉소 로봇을 묶어 패키지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그는 “각국이 자국산 제품에 혜택을 많이 주는 추세”라며 “러시아도 정부 입찰에 그런 조항을 넣는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결국 현지 임플란트 업체와 우리 로봇을 같이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대만도 그렇고, 일본도 교세라와 협력하면서 다른 임플란트와 협업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큐렉소는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회사의 임플란트를 쓸 수 있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유지하지만, 국가별 제도·시장 구조에 따라 특정 로컬업체의 임플란트하고만 연동하는 ‘전용 플랫폼’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큐렉소가 글로벌 톱티어 경쟁사들과 달리 현지화 강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오픈 플랫폼으로 현지 파트너와 융합하는 구조가, 매출 다변화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메릴 사태 완전 극복…진짜 성장’ 시작

최근 호실적을 두고 ‘비용 절감 효과냐, 매출 증가 효과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연구개발(R&D) 회사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인다는 건 R&D를 중단하거나 인원을 줄이는 건데 그럴 수는 없다”며 “관절(조인트)·척추·재활 세 분야를 다 가져가고 있다. 현재까지 매출이 크지 않은 분야가 있다고 해서 사업을 전환하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큐랙소 실적은 매출 증가에 따른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의료로봇 매출이 늘어나면 그게 곧바로 영업 레버리지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수술로봇 쪽은 작년 대비 70~80% 신장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지금을 베이스로 30~40% 성장률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의료로봇 부문 매출 전망에 대해선 이 대표는 “350억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로봇 대수로는 80대 안팎”이라고 말했다.

큐렉소 역대 최대 로봇판매 대수는 2023년 88대다. 큐렉소가 인도 ‘메릴 짝퉁로봇’ 사태를 완벽하게 극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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