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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기 만에 연결 기준 영업 흑자…구조조정 노력 ‘결실’
부광약품은 2021년 연간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2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375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연매출도 1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하면서 실적 쇼크에 빠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부광약품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우현 OCI홀딩스(010060) 회장이 올해 2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올해 실적은 경영진으로서 부끄러운 실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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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은 지난해 3분기부터 악성 재고와 악성 매출채권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데 집중해왔다. 유통 채널 효율화를 위해 신약, 개량신약 등 수익성이 좋은 품목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기존 의약품 도매상과 외상, 채권 기간을 재조정한 것. 이 과정에서 기존 거래처와 갈등으로 판매처가 줄고 기존 판매 제품의 반환 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부광약품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대비 매출채권은 223억원으로 33.6% 줄고, 매출채권 회전일은 101일에서 56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할인율 4.4%p, 반품률 19.1%p 개선도 각각 이뤘다. 매출채권이 현금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말 -94억원에서 올해 3분기 340억원으로 개선됐다.
주요 제품인 ‘덱시드’, ‘치옥타시드’ 제품군의 처방성장율이 높았던 점도 부광약품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덱시드는 2014년 부광약품이 자체 개발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개량신약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덱시드 제품군의 매출 규모는 1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처방실적은 유비스트 기준 196억원이었다. 여기에 2002년 독일 제약사 메다(Meda)에서 도입한 치옥타시드 제품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354억원의 국내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부광약품은 신규 영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주요 제품의 성장율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의약품(OTC) 직거래 사업부를 영업대행사(CSO)인 자회사 부광메디카로 분사하고, 온라인몰과 2채널을 운영한 것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영업조직의 규모가 작은 제약사의 경우 CSO를 활용하면 매출이 증대되고 내부 인건비와 고정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결 실적 발목 잡아온 신약개발 자회사들
다만 이러한 성과가 연결 기준으로 느리게 나타난 데에는 종속기업들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광약품은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부터 분기 영업흑자가 발생하면서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반면 연결 기준으로는 올해 3분기 들어서야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부광약품의 종속기업은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 부광메디카, 다이나세라퓨틱스, 이스라엘 자회사 프로텍트 테라퓨틱스(ProteKt Therapeutics) 등 4개사가 있다. 부광메디카를 제외한 3개사는 의약품 연구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매출이 전무한 상태다. 4개사 모두 3분기 순손실을 기록해 총 12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곳은 102억원의 분기순손실을 낸 콘테라파마다.
콘테라파마는 핵심 파이프라인 파킨슨병 이상운동 신약후보물질 ‘JM-010’이 지난 5월 실망스러운 유럽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지게 됐다. 기한 내에 IPO를 완료하지 못하게 되면서 에이치 델타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에이치 델타)가 15만9380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을 행사해 부광약품의 콘테라파마 지분율은 74.14%에서 98.56%로 높아졌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연구개발(R&D)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JM-010 대신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에 R&D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CP-012는 지난해 9월 유럽 임상 1a상을 마치고 현재 유럽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부광약품은 지난 9월 콘테라파마의 한국지사를 폐쇄하고 덴마크 본사로 통합했다. 본사 경영진도 대거 교체하며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지난해 인수한 신경퇴행성 질환치료제 개발 회사인 프로텍트 테라퓨틱스는 치매 치료제 선도물질 최적화를 마치고 올 하반기 생체 내 효력시험의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미국 소재 대학과 신규 희귀신경질환에 대한 연구협력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당장 신약개발 자회사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새로운 매출원 될 ‘라투다’…연매출 300억원 목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부터 새로운 매출원으로 작용할 조현병 치료제 ‘라투다’에 쏠린다. 수백억원대 매출을 내면서 부광약품의 외형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라투다는 일본 스미토모파마가 개발한 약물로, 부광약품이 2017년 국내 독점 개발·판권을 사들였다. 부광약품은 2022년 라투다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부광약품은 라투다를 8월에 출시한 이후 주요 상급병원에서 약사위원회 심의에 상정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종합병원에 접수된 약사심의는 100% 통과했다”며 “계획보다 빠른 투입 속도를 보이고 있어 가파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올해 4분기에는 라투다를 주요 정신과 전문병원과 의원에 투입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대표이사 직속 체제 중추신경계(CNS) 사업본부를 신설한 것도 라투다의 빠른 시장 안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NS 사업본부는 양극성 장애 치료제, 항우울제, 조현병 치료제, 불면증 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등 정신과 영역과 신경과 영역의 제품을 전반적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전문적인 마케팅·영업 조직으로 이뤄진 인원을 바탕으로 주요 상급병원과 정신과 전문병원에 집중해 부광약품의 차세대 매출을 견인할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라투다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3년내 라투다로 연매출 300억원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의 23.8%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국내 시장 규모와 라투다의 글로벌 매출을 고려하면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0억~2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라투다는 2015년 미국 출시 이후 북미 시장 매출만 연간 20억달러(한화 약 2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