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가 이같이 나왔다. 응답자 중 65.1%가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 사회는 공정한 편”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고, 동의한 사람은 34.9%에 그쳤다. 과거 유사한 조사들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으니 불평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응답 비율이 대학입시에서 27.4%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사법·행정 시스템에는 56.7%, 기업 성과 평가 및 승진 심사에는 57.4%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기업 신입사원 채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43.4%로 낮지 않다. 불공정의 원인으로는 ‘기득권 계층의 부정부패’를 가장 많은 37.8%가 꼽았고, 이어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 ‘공정한 평가 체계의 미비’(15.0%), ‘공정에 대한 낮은 인식’(13.0%), ‘계층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6%) 순으로 지적했다.
사회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나라일수록 안정적인 동시에 활력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생활 여건이 공정한 사회체계의 작동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신도 부지런히 노력하면 걸맞은 보상을 받으리라고 기대한다. 그런 개개인의 노력이 반칙 없는 경쟁을 통해 합쳐지면서 활기차게 발전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후반부터 국제기구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에는 국민도 스스로 선진국 국민을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불공정한 사회를 이대로 놔두고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사회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갈등만 거듭하며 국력을 소진하다가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 지도층의 입시·채용 비리나 불·편법 재산축적을 엄단하는 것을 비롯한 대대적인 공정성 제고 운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