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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앞 사라진 여대생…왜 평택 배수로서 발견됐나 [그해 오늘]

강소영 기자I 2024.07.15 00:01:00

수원역 가게 앞 잠든 남녀
“여자친구 돌봐준다”던 중년 남성
사라진 두 사람, 사망한 채 발견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5년 7월 15일 오전 9시 50분. 경기 평택의 한 배수로에서 여대생 김모 씨(당시 22세)의 시신이 발견됐다. 김 씨는 전날 새벽 수원역에서 술에 취한 채 남자친구와 노숙을 하다 실종된 상태였다.
경기 평택의 한 배수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수원 실종 여대생의 모습.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사건은 7월 14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전날 수원역 번화가의 한 술집에서 남자친구를 포함한 3명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오후 9시 30분쯤 가게를 나왔다. 김 씨는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술을 깨기 위해 한 가게 앞 노상에 앉았다가 잠이 들었다.

두 사람이 가게 앞에서 잠든 시간은 약 2시간이었다. 그때 남자친구를 흔드는 손이 있었다. 그는 바로 45세 윤 씨였다. 윤 씨는 남자친구를 흔들어 깨우고는 “여자친구(김씨)가 토한 것 같다. 돌봐주고 있을 테니 물티슈를 사와라”라고 말했다. 술집에 지갑을 놓고 왔던 남자친구는 이를 찾으러 갔다가 물티슈를 사 왔으나 그 자리에는 김 씨와 윤 씨 누구도 없었다.

◆ 여자친구가 사라졌다

당시 김 씨의 남자친구는 수원역 인근을 한 시간가량 돌아다니며 김 씨의 흔적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김 씨와 윤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납치 사건으로 보고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500명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7월 15일 오전 3시 56분쯤 한 건물 주차장에서 김 씨의 지갑이 발견됐고 이후 오전 4시 20분에 같은 건물 3층 남자 화장실에서 김 씨의 왼쪽 신발과 손거울이 발견됐다. 화장실은 몸싸움이 있었던 듯 타일이 깨지고 변기가 뜯어진 흔적도 있었다.

약 35분 뒤 250m 떨어진 배수로에서 김 씨의 휴대전화도 발견됐다. 경찰이 해당 건물 CCTV를 확인하자 윤 씨가 김씨를 끌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흰색 소나타 차량의 조수석에 있던 김 씨를 트렁크로 옮기는 윤 씨의 모습이 담겼다.

윤 씨는 해당 건물에 입주해있던 건설회사의 임원이었다. 이 건물은 오후 6시면 폐쇄되는 구조였으나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끌고 들어가면 지하에서 건물 내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윤 씨가 차에 김 씨를 태워 건물로 간 뒤 3층 화장실로 끌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윤 씨가 출근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윤 씨가 모는 소나타 차량의 행적을 계속 쫓았다. 윤 씨는 오전 9시 45분쯤 강원도 원주의 한 저수지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MBC ‘리얼스토리 눈’ 캡처)
윤 씨는 왜 숨졌으며 김 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 윤 씨의 원주, 김 씨는 평택에서 발견

윤 씨는 이날 아침 집에 들러 옷가지를 챙긴 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동안 미안했다”며 법인 신용카드를 반납하고 종적을 감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김 씨 또한 평택의 한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곳은 윤 씨가 다니던 건설 회사에서 공사를 했던 곳이었다.

경찰은 김 씨 납치·살해 용의자 윤 씨 부검 결과에 대해 “전형적인 목맴 사망으로, 얼굴, 가슴, 팔 등에 손톱에 긁힌 상처가 보인다”고 했다. 김 씨의 사인은 목이 졸려 숨진 경부압박질식사로 밝혀졌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김 씨는 납치된 후 윤 씨와 몸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다 목이 졸렸고 윤 씨는 김 씨에 의해 손톱으로 긁혔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즉, 경찰은 윤 씨가 김 씨를 회사 건물 3층 화장실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하려다 격하게 반항하는 김 씨를 살해하고 소나타 차량 트렁크로 옮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용의자 윤 씨가 사망하면서 이 사건은 종결됐다.

사건 이후 해당 사건을 다룬 MBC ‘리얼스토리 눈’틀 통해 당시 김 씨와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나만 아니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의 모친 또한 딸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모친은 딸을 위해 초복에 주려고 챙겨 놨던 삼계탕을 버리지 못한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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