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호중구감소증 치료 시장은 4조~5조원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연합(EU) 시장이 순서대로 60%와 20%씩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호중구감소증 치료 시장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2% 정도로 파악된다.
◇‘뉴라스타 및 시밀러’ 입지 감소세...“롤론티스 시장성 개선될 것”
미국 암젠은 1990년대 1세대 G-CSF 유사체 뉴포젠(성분명 필그라스팀)을, 2002년경부터 2세대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를 미국과 유럽 연합(EU) 등 세계 각지에서 승인받는 데 성공했다. 뉴포젠의 체내 반감기는 3~4시간이지만, 뉴라스타의 반감기는 15~80시간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15년부터 미국 등 주요국에서 뉴라스타의 특허가 만료됐다. 미국 화이자부터 프랑스 산도스, 인도 바이오콘 등 6곳의 기업이 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서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총 15곳 안팎의 기업이 관련 제품을 시판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동아에스티(170900)와 GC녹십자(006280), 한독테바 등도 2014~2015년 사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관련 바이오시밀러를 허가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각각 2021년 3월과 2022년 9월에 승인받은 것이 3세대 G-CSF 유사체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다. 롤론티스는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피하주사하며 3주에 1번 투약하는 용법으로 투약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2023년 롤론티스는 미국(약 800억원)과 한국(약 100억원)에서 총 9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 승인 직후 증권가에서 나온 롤롤티스의 예상 매출치(1200억원)를 다소 밑도는 수치였다.
한미약품은 투약 편의성을 무기로 롤론티스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뉴라스타 등 기존 약물은 항암요법후 24시간 뒤에 투약해야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하루 더 입원하거나 재방문해야만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존 약물이 항암요법 후 24시간 이후에 투약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제품은 항암과 동시에 투약하는 것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며 “여기에 최장 반감기를 가졌다. 3주까지 늘어난 체내 지속시간 등을 더해 시장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외 호중구감소증 시장에서 뉴라스타와 그 바이오시밀러의 점유율은 차츰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뉴라스타는 매출 45억3000만 달러를 올리며 글로벌 호중구 감소증 시장을 독점했지만, 바이오시밀러 및 경쟁 신약의 등장으로 매출이 쪼그라들고 있다. 암젠에 따르면 뉴라스타의 2023년 글로벌 매출은 8억 4800만달러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팩트 MR은 뉴라스타와 그 바이오시밀러 등 페그필그라스팀 성분의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약 22억 1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시장의 50~6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롤론티스와 같은 3세대 G-CSF제제가 공략할 시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2세대 G-CSF 유사체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1, 2세대 G-CSF 억제제의 글로벌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롤론티스와 같은 3세대 G-CSF 약물의 약진을 점진적으로 기대해 볼만하다”고 전망했다.
|
한편 지난달 한미약품은 미국을 넘어 중국과 동남아, 중동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롤론티스의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분기별 200억원대로 다소 정체된 롤론티스의 매출 신장을 위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녹록치 않다. 롤론티스 이외에 또다른 3세대 G-CSF 억제제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중국 이판 파마슈티컬스의 자회사 이바이브 바이오텍이 개발한 ‘라이즈뉴타’(성분명 에프베말레노그라스팀)가 지난해 5월과 11월 중국과 미국의 의약당국으로부터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 3월 해당 약물을 같은 용도로 시판 허가했다. 올해 미국에서 롤론티스와 맞대결을 펼치는 라이즈뉴타가 또다른 거대 호중구 감소증 시장인 EU와 중국 지역에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라이즈뉴타는 항암화학요법 전후 최소 24시간 간격을 두고 투여하며, 화학요법 치료 14일 이내에 다시 피하주사하는 용법으로 개발됐다. 롤론티스가 라이즈뉴타 대비 투약편의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중국 등과 같은 지역에서 롤론티스의 추가 출시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며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라 명확한 진입 또는 매출 전망 등을 (현시점에서) 내놓긴 어렵다, 항암요법과 동시 투약 및 긴 반감기 등 경쟁약 대비 롤론티스의 장점을 부각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