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인베스트먼트는 1999년 설립돼 업력 20년을 넘긴 VC다. HB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HB콥이 지분의 4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탄탄한 업력과 포트폴리오로 내실 있는 중소형 VC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모회사 지원만으로는 외형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장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시 조달한 공모 자금으로 펀드 규모를 키우고,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펀드 출자자(LP)들의 신뢰를 얻어 출자를 받는 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HB인베스트먼트의 지난 11월 기준 운용자산(AUM)은 6197억원으로 국내 VC 중 25위에 해당한다. 하이테크·소프트웨어·바이오(헬스케어) 등 업종에 집중해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 HPSP, 뷰노, 바이오플러스 등으로부터 약 973억 원을 회수하며 국내 VC 중 회수실적 1위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투자 회수 사례로는 크래프톤과 압타바이오 등이 있다. 현재 자금 회수를 진행 중이거나 앞둔 회사로는 밀리의서재, 크라우드웍스, 코어라인소프트, 블루엠텍 등이 꼽힌다. 회사는 이들 모두 5배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한 기업 중 회수 멀티플(배수)이 가장 높았던 곳은 압타바이오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압타바이오에 32억원을 투자해 2019년 7.3배가 된 233억원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VC로는 처음으로 압타바이오에 투자한 사례로 선제적 투자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로 멀티플이 높았던 곳도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 초기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 개발 후 기술이전하는 사업 모델을 보유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20억원을 투자해 4년 후 7.1배에 달하는 140억원을 회수했다.
◇ 시장 한파 분위기 속 ‘흥행’ 성공할까
벤처 투자 시장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상장 VC 중 상당수는 영업이익 역성장으로 시가총액이 반토막 나는 등 힘든 한해를 보냈다. 대부분 투자기업의 평가손실이 반영돼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이 때문에 상장을 앞둔 HB인베스트먼트도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부터 영업이익을 늘려왔다. HB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77억원으로 이미 ▲2020년(108억) ▲2021년(114억) ▲2022년(159억)을 뛰어넘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에 따라 추가된 자체결산 내역에 의하면 10월 1개월간 영업이익은 6억원, 11월 1개월간 영업이익은 4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HB인베스트먼트의 AUM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튜브인베스트먼트에서 현재 사명인 HB인베스트먼트로 개명한 2012년 AUM은 2490억원이었으나 2019년 4274억원, 2022년 6197억원에 이르기까지 투자재원 확보를 이어갔다.
앞서 L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가 기업공개(IPO)에서 흥행한 만큼 HB인베스트먼트도 안정적으로 증시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코스닥 입성 이후 VC들의 주가는 부진했다. 지난 3월 공모가 5100원에 상장한 L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첫 날 8450원을 기록했지만 이달 10일 기준 주가는 4600원대다. 캡스톤파트너스 역시 지난해 11월 공모가 4000원에 상장 후 11200원까지 올라갔지만 지난달 3975원을 찍고 현재 7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VC자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HB인베스트먼트도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로 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VC가 많은 수익을 내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도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향방에 따라 주가 변동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주가 흐름만 보고 상장 VC들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