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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종석 경찰공제회 금융이사(CIO)가 오는 10월을 끝으로 경찰공제회를 떠난다. 최근 한 CIO의 연임과 관련해 대의원회가 열렸지만, 대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지난해 경찰공제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변수가 큰 시장 환경에도 운용 수익률 5%를 달성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3대 연기금과 일부 공제회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당기순이익 582억원을 거두면서 괄목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지난해 변동성이 컸던 증시에서 다른 연기금이 평균 -20%대 주식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 경찰공제회가 5%의 성과를 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식운용팀에 운용역을 충원하면서 역량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자산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주식 5% △채권 4.1% △대체투자 5.4% 등이며, 지난 2020년부터 전체 투자수익률은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공제회의 총 투자자산 규모도 4조3454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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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금융시장 속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거둔 한 CIO가 올해 연임이 무산되면서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대개 기관투자가들은 외부 시장 환경이 불안정하면 최고투자책임자인 CIO 등 내부에 변화를 주기보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특히 CIO의 임기는 기본 2년으로 짧은 편이라 우수한 실적을 내면 대부분 임기를 한두 차례 연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 CIO가 경찰공제회의 주식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를 주려고 한 점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정관을 통해 주식 비중을 전체의 10%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주식 비중이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고, 대체투자는 68.2%로 포트폴리오가 기업금융·부동산·인프라 자산에 쏠려 있는 편이다.
시장에서는 다른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CIO들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은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을 확정했다. 노란우산공제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20조원을 돌파하며 매년 급격하게 불어나는 중이다.
또한,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의 임기는 다음 달 말 만료된다. 이 CIO는 지난 2019년 10월 선임됐는데, 재임기간 동안 3년 연속 운용수익률 11%대를 기록하고 최고 운용수익을 거두면서 실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1년 단위로 두 차례 임기가 연장되면서 4년째 자금운용단을 이끌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땐 보통 CIO를 유지하며 조직 내부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라며 “실적이 좋았는데도 임기가 연장되지 않았다면,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