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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인 5월 26일 오전 6시 50분께 A씨는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아내 B(37)씨가 건넨 미숫가루를 먹고 출근했다. 그러나 30여 분 뒤 체한 것 같은 가슴 답답함을 느낀 A씨는 회사를 조퇴하고 그날 오후 3시 귀가했다.
속이 좋지 않아 이날 내내 골골대던 A씨는 결국 저녁으로 아내가 만들어 준 흰죽을 먹었다. 그러나 A씨는 오히려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이날 오후 10시 38분께 응급실로 실려 갔다.
수액과 진통제를 맞고 호전된 A씨는 27일 오전 1시께 귀가했다. 그러고선 아내가 건넨 찬물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더이상 깨어나지 못했다.
아내 B씨는 응급실에서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아 남편이 사망했다며 ‘의료 사고’를 주장했다. 그러나 40여 일 뒤 밝혀진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었다. A씨의 혈액에서 치사량의 니코틴이 검출됐다. A씨는 사건 발생 수년 전 아내가 임신하자 그때부터 담배를 끊은 상태였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곧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에 불법으로 니코틴 농도를 높인 이른바 ‘닉샷’ 용액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B씨는 남편의 금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인에게 ‘A씨가 생전에 담배를 피웠다고 수사 기관에 얘기해 달라’고 부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에게 1억여 원의 빚이 있었고 남편 A씨의 사망 보험금이 최대 1억 원 이상이라는 사실도 확인하자 경찰은 같은 해 11월 B씨를 A씨 살해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결과 B씨는 자신의 내연 관계를 남편 A씨에게 들키자 A씨 명의로 가입된 사망 보험금 등을 노리고 A씨에게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 흰죽, 찬물을 먹게 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 사망 직후 보험사에 A씨의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니코틴은 주로 담배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으로 순수한 니코틴은 무색무취의 액체로 물과 알코올에 잘 녹는다. 성인 기준 3.7~5.8mg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흔히 두 방울이 치사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B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의 재판을 받아 왔다. 그러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 중 미숫가루와 흰죽의 경우 A씨가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B씨의 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 의료진 및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A씨가 호소한 증상들이 니코틴 중독이 아닌 식중독일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남편이 숨지기 전 여러 차례에 걸쳐 다량의 액상 니코틴을 구매한 점, 연초나 전자담배를 피우지 않는 A씨 몸에서 치사 농도의 니코틴이 검출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A씨가 퇴원한 뒤 집에서 니코틴이 포함된 물을 마시고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