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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부터 시작된 학대는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이씨는 대인기피증세를 보였고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렸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뛰어난 학업 능력은 보여서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다. 돌아온 건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했느냐’는 부부의 냉대였다.
대학 생활도 순탄지 못했다. 병역을 마치고자 입대한 군에서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고생했다. 부모는 이씨가 복무하는 3년 기간 동안 면회를 한 차례도 가지 않았다. 무사히 전역하고 집으로 돌아왔건만, 부모의 인격 모독성 폭언은 계속됐다.
사건 발생 열흘 전이었다. 이씨는 모친과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그간 순종했던 이씨가 부모에게 난생 처음으로 맞서는 순간이었다. 가출에 가까운 독립을 선언한 형에게 부부가 아파트를 장만해준 데 대한 서운함에서 시작한 언쟁은 과거 자신에게 행해진 학대로까지 번졌다. 모친은 지난 일을 꺼내드냐면서 뭐라고 했고, 이후 이씨와 모친의 언쟁을 전해들은 부친은 이씨를 나무랐다.
부모와 대화로써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이씨는 절망에 빠졌다. 그날 이후 방문을 걸어잠그고 두문불출했다. 결국 이씨는 부모를 살해하고 훼손해서 유기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형은 동생을 “이해할 것 같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이씨가 다닌 성당의 신자들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형량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확정됐다. 현재 이씨는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씨는 존속살해 가해자이자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사건이 터지고 사회의 공분은 전자에 집중돼 가혹한 시선을 보냈지만, 이후 후자를 따져보려는 움직임이 뒤따랐다. 심리학자 이훈구 박사(전 연세대 교수)가 이씨를 면담하고 펴낸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책 제목은 이씨가 경찰조사에서 한 진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