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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대처가 참사를 키웠다. 처음 불이 난 차량의 운전자는 화재 진압과 승객 대피에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불이 난 사실을 지하철 중앙사령실(지하철 운행을 제어하는 조직)에 보고하지 않고 대피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중앙사령실은 불이 난 중앙로역으로 들어오는 후속 열차의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열차가 들어와 불이 옮겨붙었다. 후속 차량 운전사가 탈출하면서 키를 뽑아 가져간 것도 컸다. 사령실 지시를 따랐다지만, 키가 뽑히면 차량 문은 저절로 닫힌다. 이런 터에 대피가 더뎌 희생자가 늘었다.
불은 방화로 일어났다. 방화범은 당시 56세 김대한. 우울증을 앓아온 김은 2001년 뇌졸중에 걸리는 바람에 오른쪽 몸 대부분이 마비됐다. 처지를 비관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휘발유를 샴푸 통에 담아 지하철을 탔다. 위험 물질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열차가 중앙로역에 정차하자 차량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차량은 금세 불길에 휩싸였다. 차량을 저렴하게 만들다 보니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소재가 쓰여 불을 키웠다. 이를 계기로 훗날 전국 지하철 내장재는 불에 강한 불연재로 바뀌었다. 승객이 수동으로 문을 여는 방법을 몰랐던 것도 컸다. 이후 지하철 화재시 대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안전교육이 강화됐다.
김은 열차에 불이 번지자 밖으로 탈출했다. 이후 일반 승객 행세를 하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른 승객 신고로 붙잡혔다. 김은 “혼자 죽는 게 억울해서 사람이 많은 대중교통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이라고 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4년 8월31일 복역 중에 사망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호흡 곤란 증세가 심해진 탓이었다. 키를 뽑아 탈출한 후속 열차 기관사는 금고 5년의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