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안병옥 이뮨메드 대표는 이데일리와 만나 “버피랄리맙으로 B형간염부터 코로나19까지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이뮨메드는 항염 및 항바이러스 단백질 ‘hzVSF-V13’을 발견한 김윤원 한림대 의대 교수가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2000년에 설립한 기업이다. hzVSF-V13은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버피랄리맙’이라는 국제 일반명을 부여받은 바 있다.
2019년 동아에스티(170900) 연구소 출신의 안 대표가 이뮨메드에 합류했다. 버피랄리맙은 세포 표면에서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 관여하는 보조수용체 단백질 ‘vi-비멘틴’과 결합하는 면역글로불린(IgG4) 항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생체 내 세포 표면 위에 여러 보조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통해 그 내부로 말려 들어간 다음,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이뮨메드는 “이런 물리화학적 과정에 작용하는 vi-비멘틴을 억제하는 버피랄리맙은 항염증 및 항바이러스 효과를 띄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뮨메드는 지난해 5월부터 만성 B형간염 치료제 환자 대상으로 버피랄리맙 국내 임상 2a상에 착수했다. 안 대표는 “항염증 효과가 강하다는 판단하에 사업 초기부터 B형간염 적응증 임상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 질환은 세계적으로 3억명 이상의 환자가 있고, 약을 먹는 환자는 50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를 완치하게 만드는 약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만성 B형간염은 B형 바이러스 감염 후 6개월 이상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 항원’(HBsAg)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시장조사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세계 B형간염 증상 유지 및 지연 등을 위한 치료제 시장은 2024년경 30억 달러(이날 환율 기준 한화 약 3조96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이런 시장을 사로잡을 B형간염 완치제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약물의 치료 종료 후 HBsAG와 간세포 내 B형 간염 바이러스 DNA 등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뮨메드가 진행하는 버피랄리맙의 임상 2a상의 1차 평가 지표는 역시 ‘6개월 이상 지속적인 HBsAg 감소’로 설정됐다.
그는 “기존에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를 단독으로 쓰면 세포 밖에 있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DNA 수치는 잘 떨어뜨린다. 하지만 숙주세포인 간세포 안에 있는 DNA를 없애지 못해 완치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버피랄리맙과 항바이러스제를 병용했을 때 간세포 내 B형 간염 바이러스 DNA 및 HBsAg 지속적인 감소 효과 나타나는 지가 성공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피랄리맙의 경쟁 약물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베피로비르센’이다. 지난 8일 GSK는 베피로비르센과 항바이러스제(뉴클레오사이드아날로그)의 병용요법과 관련한 임상 2b상 결과를 발표했다. 베피로비르센의 개발 상황이 버피랄리맙보다 1년가량 앞선 셈이다.
회사 측은 베피로비르센 관련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의 10%에서 6개월 이상 HBsAg와 바이러스 DNA가 기준치 이하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GSK는 “B형 간염 완치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내년부터 임상 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버피랄리맙의 B형간염 관련 임상 2a상 결과가 내년 말에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10% 수준이었던 GSK의 약물보다 더 나은 효과가 나온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폐렴을 동반한 위중증 및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치료와 버피랄리맙을 병용투여하는 임상 2/3상을 승인했다. 이번 임상의 실시 기관은 용인 세브란스병원과 세종 충남대병원, 울산대병원 등이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임상은 승인은 받았지만, 당장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견된다”며 “우리 약물의 대상인 위중증 환자는 국가에서 병상을 다 배정해서 관리하는 상황이다. 임상을 수행할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 해당 환자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향후 버피랄리맙의 코로나19 관련 임상 과정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그는 이어 “버피랄리맙의 코로나19 임상도 여건을 조정해 진행하겠지만, 무엇보다 B형간염 과련 임상과 데이터 도출을 가장 우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뮨메드는 지난 7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당시 회사 측은 시장 여건과 추가 후보물질의 확보 등을 조율한 뒤 다시 상장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대표는 “최근에는 한가지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로는 상장이 어렵다”며 “추가 후보물질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버피랄리맙과 같은 항체는 아닐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항체치료제 후보를 발굴해 세포주부터 임상용 생산까지 국내외 기업에 외주를 맡기려면, 약 70억원의 비용이 소모된다”며 “회사의 자금력을 고려할 때 항체치료제는 버피랄리맙 하나에만 집중하고, 추가적인 후보물질은 저분자 화합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내부적으로 2종의 저분자 화합물 후보물질을 발굴했고, 1년 안에 전임상 마치고 임상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