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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줌인] 조현병,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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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2.10.09 00:03:25

박성원 국립정신건강센터 기획조정과장

[박성원 국립정신건강센터 기획조정과장] 고요했던 지하철에 2~3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탄다. 우산으로 바닥을 툭툭 치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자세히 들어보니 대략 내용은 그랬다.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어제 위층 할아버지가 분명히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어. 그런데 너는 왜 밤새 내 방문을 두드려 잠을 방해하는거야…. 그는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더니 주위를 휙 한번 둘러보고는 다음 역에서 내린다.

박성원 국립정신건강센터 기획조정과장
‘조현병(調絃病)’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 거다. 말 그대로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것이다. ‘조현병’은 환자의 상태가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혼란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병명이다. 누군가에게는 더 익숙할지 모르는 ‘정신분열병’이라는 명칭이 나타내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2011년부터 정신분열병 대신 조현병으로 명칭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조현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현병과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사실 중 하나는 만18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중 약 0.5%, 즉 200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은, 조현병은 생각, 감각을 조절하는 뇌 신경계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뇌질환’이며,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의 약 10%정도는 회복(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하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TV에서 연예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조현병과 비슷하게 0.4~0.5%이다. 비슷한 유병률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주변에서 공황장애만큼 조현병 환자를 볼 수 없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조현병에 걸린 것을 쉽게 밝히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고혈압이나 당뇨에 비해 이 병에 걸린 것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일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들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났습니다. 범인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정신질환이나 범죄 기록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강력범죄에서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뉴스 내용이다. ‘그 범인은 정신질환이나 범죄 기록이 있었다, 혹은 없었다.’ 너무나 쉽게 정신질환을 범죄와 비슷하게 취급하고 있다. 가볍게 흘려들었을 땐 몰랐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강력범죄 관련 뉴스 말미에 자주 들을 수 있는 멘트이다.

조현병에 걸리면 환청, 환시, 환촉, 피해망상, 관계망상, 과대망상, 횡설수설하는 사고의 이탈, 무관심, 위생관리 저하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약물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 우리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보는 조현병 환자는 전체 조현병 환자의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을 향유하고 있다.

하지만 무심한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는 조현병이 약을 먹어서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보다는 무의식중에 무섭고 불편한 병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더 강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도 병을 알리고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한다.

조현병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처음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지만, 재발이 반복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재발 간격이 짧아지면서 투병기간이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조기발견, 조기치료, 꾸준한 관리의 중요성은 우리가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매년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우울, 불안 등 경증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병원 치료를 받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현병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이해의 폭은 더 넓어진다. 이 글이 우리가 조현병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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