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디 교수는 1981년부터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와이즈만 연구소 부총장으로 역임했다. 이 기간 산하 기술지주회사 ‘예다’ 이사장을 겸임하면서 와이즈만의 기술수출을 진두지휘했다. 애브비의 휴미라, 테바의 코팍손, 머크의 얼비툭스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들 치료제는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개발돼 기술수출을 거쳐,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등극했다.
무디 교수는 지난 15일 열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바이오, 화학, 인공지능(AI), 초음파,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와이즈만 연구소와 한국 기업 및 대학을 연결하기 위해 방한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오라카이 스위츠 호텔에서 무디 교수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 펩타이드 이용해 p53 개발 성공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를 여럿 만들어낸 무디 교수의 다음 타깃은 p53 항암제다. p53 유전자는 스트레스, DNA 손상, 저산소증, 종양(암) 발생에 대한 세포 반응을 조절한다. p53이 암세포 진행을 막는 세포통제 사령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p53이 망가지면 우리 몸은 암세포 발생에 속수무책이 된다. 인간 암의 약 50%는 p53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p53 활성화 기전 결함으로부터 발생한다. p53 기능장애가 암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p53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 설계가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은 p53 항암제가 연간 6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는 ‘엑스칼리버’로 인식하고 있다.
무디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금도 p53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면 비엘과 공동개발 중인 p53은 동물실험을 마무리했고, 임상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효능·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이즈만의 p53 항암제 개발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p53 기능 회복을 시도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펩타이드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 결과 다국적 제약사들의 p53 치료제 후보물질은 하나같이 독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반면 와이즈만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p53 기능회복은 물론,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쥐)에서 독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왜 펩타이드를 이용하지 않았냐고 묻자, “정답을 알고 난 뒤에 문제를 보면 답이 쉽게 느껴지는 법”이라며 우문현답했다. p53 유전자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펩타이드는 특허출원을 통해 기술보호를 받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 “비엘, 제2의 테바로 성장 기대”
또 다른 의문은 와이즈만 연구소 p53 항암제 개발 파트너로 글로벌 제약사가 아닌지가 궁금해졌다. 현 개발 파트너인 비엘은 한국에서도 규모가 작은 바이오 벤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디 교수는 “테바도 코팍손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무명의 작은 바이오 벤처에 불과했다”면서 “우리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코팍손의 대박으로, 지금의 테바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와이즈만과 비엘의 협업이 과거 전례에 비춰봐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돈이 많고, 인재가 풍부하고, 신약 개발 경험 축적 등 장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와이즈만 연구소가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선 우리가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은 100개 파이프라인 가운데 1개”라면서 “신약 개발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다. 또, 동일한 적응증을 두고 내부에서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경우엔, 고의로 기술도입한 후보물질을 사장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무디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외부에서 기술도입한 치료제 후보물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무디 교수는 소규모 바이오텍은 기술도입한 파이프라인에 개발 집중도가 상당히 높고, 상업화 열망도 뜨겁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오 벤처는 와이즈만에게 연구결과를 지속 공유하는 등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을 꼽았다.
◇ p53 시장가치 1000억달러...기술수출 확률은 100%
p53의 시장가치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코팍손은 매년 4억달러(5064억원)가량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매출은 예상치의 10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코팍손도 그 정도인데, p53은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라면서 “코팍손보단 훨씬 더 블록버스터가 될 수밖에 없다. 최소 10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수출 가능성에 대해선 100% 확신을 보였다. 무디 교수는 “p53의 기술수출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 어떤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느냐에 대한 결정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도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p53 기술수출 협상요청이나 제안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