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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바이오 섹터 투심 악화 속에서 상장 성공 가능성은

김유림 기자I 2022.05.27 08:40:41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6000억원 밸류
“타이밍 보고 상반기 증권신고서 제출”
빅테크도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철회
“경쟁사보다 차별점 분명, 매출·글로벌”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올해 바이오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혔던 루닛이 수요예측이라는 큰 산을 남겨놓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 심사의 모든 문턱을 넘었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고배를 마신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루닛 AI 의료기기 제품. (자료=루닛)


20일 루닛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루닛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타이밍을 보고 있다. 일단 상반기 중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닛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에 제시한 밸류에이션은 5148억~6198억원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720억원 규모의 프리IPO(Pre-IPO) 밸류에이션은 5000억원 수준이다. 루닛의 피어그룹 뷰노(338220)의 상장 당시 밸류에이션은 2275억원, 제이엘케이(322510) 1341억원, 딥노이드(315640)는 1941억원이었다.

시장에서는 루닛의 6000억원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A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해 프리IPO 진행할 때도 너무 비싸서 안 들어갔다. 프리IPO보다 높은 6000억원 수준이면 수요예측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수요예측 참여 여부는 결국 6000억원에 들어가서 주식을 떠안았을 때 업사이드가 1조, 2조원이라면 들어가는 거고, 수익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면 참여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피어그룹 상장사의 주가가 크게 빠진 점을 감안하면 수요예측에 참여 이유를 더욱 찾을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도 나왔다. B자산운용사 대표는 “루닛과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상장사들이 지금 고점 대비 30~50% 빠졌다. 프리IPO 이후 루닛 가치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게 아니면 오히려 비싸진 거나 마찬가지다”며 “빅테크 공모주도 조심하는 분위기에서 6000억원 밸류를 주고 루닛에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루닛의 대표 피어그룹으로 꼽히는 뷰노는 지난해 2월 26일 상장 첫날 시가총액 약 3500억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약세를 나타냈고, 현재 시총 118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딥노이드는 지난해 8월 17일 상장 첫날 시총 2160억원에서 현재 900억원대다. 제이엘케이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1월 4일 시총 1570억원에서 860억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다만 AI 기반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루닛의 사업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바이오회사 임원은 “AI 기반 의료기기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편차가 거의 없다. 구글에서 만든 모듈을 본인들의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어떻게 조합하는지, 의료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차별점이 생긴다”며 “루닛은 일찌감치 국내 유명 병원들과 연계해 유방암 관련된 빅데이터를 선점했다. 병원들도 지금은 데이터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잘 안 내준다. 유방암 빅데이터 확보는 아마 루닛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닛 인사이트 MMG’(MMG)는 루닛의 주력 제품이다. 유방촬영술(맘모그라피)의 영상분석을 도와 암 조직 등으로 의심되는 병변 부위를 찾아준다. 루닛에 따르면 MMG는 5만여장의 유방암 영상 등 20만여장의 유방촬영 영상을 학습해 97%의 정확도를 나타낸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루닛 관계자는 “국내 경쟁사와 차별점은 매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우린 주요 매출처를 글로벌을 목표로 한다. 1분기 매출 29억원 중 87%가 해외에서 나왔다”며 “매출액도 경쟁사 연매출을 우린 올해 1분기에 올렸다. 밸류에이션 판단은 시장의 몫이지만, 차별점은 분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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